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이란에 핵 합의 복귀를 위한 2주의 시한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나온 지 불과 36시간 만에 미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 7대가 조용히 이란을 향해 이륙했다. 겉으로는 외교적 여지를 남긴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미 군사 개입을 결정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기만 전술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지난주 공습 결정을 내린 상태였고 ‘2주 고민’ 발언은 이란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전술적 연막이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 역시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을 의식해 자제하는 모습으로 비치길 원했고, 이를 위해 언론 보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미 언론에 따르면 군사 작전은 이미 지난주 초반부터 사실상 확정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이스탄불에서 미국·이란 고위급 회담 일정을 추진했으나, 16일 회담 무산이 확실시되면서 군사적 선택지에 무게가 실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G7 정상회의 일정을 조기 종료하고 워싱턴DC로 복귀, 국가안보팀과 회의를 열고 이란 포르도 핵시설에 대한 벙커버스터 공습의 실효성과 리스크를 집중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정은 20일 오후 내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B-2 폭격기 출격을 승인했고, “이란 영공 진입 전까지는 언제든 작전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작전 관련 정보는 극소수에게만 공유됐고, 언론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2주 시한’ 발언의 진의를 분석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같은 날 제네바에서는 유럽 외교장관들과 이란 간 회담이 열렸지만, 이란이 ‘농축기술 전면 포기’ 요구를 거부하며 외교 타결 가능성은 무산됐다. 미국은 이를 예견하고 있었고, 회담은 사실상 시간 벌기용 외교 이벤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습을 위한 B-2 편대는 21일 새벽 미주리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 이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의 개인 골프장에, J.D. 밴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으로 오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었다.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 백악관 상황실(워룸)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진 채 작전 개시를 맞이한 것은 불필요한 위기의식 고조를 피하고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그리고 첫 폭격이 개시되던 시점,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 있었다. 이 때까지도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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