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한 배경에는 내란 특검이 12·3 불법계엄 관련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직후 별도의 소환 절차 없이 곧바로 영장을 청구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바뀌었음에도 새로 소환 절차를 밟지 않은 특검의 수사가 다소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은 체포영장 기각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28일 출석을 통보하며 속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이 25일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청구한 체포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특검은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 기각 사유”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에게 28일 오전 9시까지 출석할 것을 통지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특검팀은 전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경찰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대통령경호처를 동원해 방해한 혐의와 12·3 비상계엄 직후 군 지휘부에 비화폰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이 강제수사에 나선 시점은 조은석 특검 임명 12일 만이자 본격 수사 개시로부터 일주일 만으로, 수사 진행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특검은 전날 체포영장 청구 이유로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두 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했고 특검 수사가 개시된 후인 19일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세 차례 이상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특검은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만큼 수사의 연속성이 있어 윤 전 대통령을 이미 ‘소환에 불응한 피의자’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과 특검을 별개의 수사기관으로 판단하고 특검이 새롭게 소환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특검과 일정 등을 조율해 출석할 계획이었다”고 밝힌 점도 법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또 특검법상 수사 개시 이후 20일간은 준비 기간인데 증거인멸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수사만 가능하다는 점 역시 기각 사유로 거론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준비 기간 중인 시점에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이 사건 기록 전체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을 청구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내란 특검은 경찰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이달 25일까지 전체 기록을 넘겨받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이달 23일 일부 기록만 받은 상태에서 이튿날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특검은 이달 28일부터 윤 대통령을 수시로 소환해 대면 조사하면서 내란과 외환 혐의를 비롯해 12·3 비상계엄의 사후 은폐 의혹 등 총 11가지 사안을 살필 계획이다. 특히 ‘NLL 북한 공격 유도’ ‘오물풍선’ 메모와 같은 외환 혐의 관련 의혹과 계엄 선포 배경 및 국회 방해 지시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 수사는 장기 미제로 남았던 비상계엄 사태 전반을 처음부터 재구성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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