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원도 원산의 고급 해변 리조트 단지인 갈마 해안관광지구가 준공됐다. 북한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대형 관광지구인 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뿐만 아니라 리설주 여사까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이목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이 열렸다고 26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원산갈마지구는 "명승지를 찾는 국내외의 내빈들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근 2만명 숙박 능력의 호텔과 여관들이 자리 잡고 있는 관광지구"다.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을 염두에 두고 리조트 단지를 건설했다는 의미다. "해수욕 봉사시설들과 다양한 체육, 오락시설들, 상업 및 급양봉사시설들이 꾸려져 있고 계절에 구애됨이 없이 동해 명승의 진미를 안겨줄 수 있는 문화생활기지"를 갖췄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2만명 규모를 수용할 대규모 관광 시설이라면 북한 최대 규모일 것이라는 게 통일부의 평가다.
원산갈마지구는 내달 1일부터 정식 개장해 관광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북한은 지난 2019년 원산갈마지구 건설 공사를 개시했으나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장시간 중단됐다. 지난해에야 공사를 재개, 이제야 준공식을 열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참전 이후 러시아로부터 여러가지 물질적인 지원을 받는 부분이 북한 경제, 그리고 원산갈마지구 공사를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준공식에 리설주 여사가 1년 6개월 여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번에도 리설주보다는 딸 주애의 사진 속 비중이 더 높다. 모친인 리설주가 부각되면 딸 주애가 후계자 후보라기보다 그저 어린 자녀처럼 비춰질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속 리설주는 명품 브랜드인 구찌의 가방을 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에 따라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외교행낭 등을 통해 사치품을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023년 크리스찬 디올 가방을 든 모습이 포착됐고, 주애도 같은 해 '화성-17형' 시험발사 참관 당시 디올 외투를 입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그동안 여러 행보, 발언을 통해 원산갈마지구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리설주까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낼 만큼 북한에서 이번 준공식의 중요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지난 2018년 신년사를 통해 원산갈마지구의 "최단기간 완공"을 주문했고 2018, 2019년에 4차례에 걸쳐 현지 지도에 나섰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방문하면서 "관광업 발전에 의미가 큰 첫 걸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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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준공식에는 북한 주재 러시아 특명전권대사와 대사관 구성원도 특별손님으로 초대됐다. 그러나 북한이 기대하는 만큼 러시아 관광객들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북한의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외 관광은 항공편으로 소규모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프라의 한계 때문에 실제로 원산 관광이 어느 정도 활성화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오가는 항공기 규모로는 기껏 하루 170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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