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투복 대신 격식 있는 검정 재킷 차림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는 군복과 유사한 카고 바지와 긴팔 티셔츠를 즐겨 입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소 복장과는 확연히 다른 차림이었다. 넥타이는 매지 않았고 운동화를 신었지만, 셔츠와 재킷을 착용해 격식을 갖추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두 정상은 회담 이후에도 서로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회동이었다”며 “그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전쟁은 아주 ‘어려운’ 전쟁”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용감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이 전쟁을 끝내기 아주 좋은 때”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해 이를 끝낼 수 있을지 보겠다”고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길고 실질적인 대화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미국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중동의 성공적인 작전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쟁과 휴전에 대한 논의 여부를 놓고는 두 정상의 발언이 엇갈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서 휴전 등 전쟁 관련 사안을 모두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휴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은 전쟁 발발 이후 줄곧 그가 보여준 상징적 이미지의 일부였다. 그는 개전 초부터 삼지창 문양이 새겨진 검정 티셔츠와 군복 스타일의 바지를 착용해 전쟁 중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2월 28일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복장을 고수했지만, 이 때는 냉소적 반응을 받았다. “왜 정장을 입지 않느냐(Why don’t you wear a suit?)”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 (정장이) 있다. 전쟁이 끝난 후에 입겠다”고 답했다.
당시 미 언론은 트럼프 측 보좌진이 백악관 방문을 앞두고 젤렌스키 측에 군복 차림을 피하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지 매체 액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를 짜증 나게 한 작은 요인 중 하나는 젤렌스키가 정장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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