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용시장이 탄탄하다는 경제 지표에 뉴욕 증시가 상승했다. 견조한 고용 데이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는 멀어지게 됐지만 투자자들은 적어도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저성장 속 고물가)으로 가지 않는다는 점에 안도했다.
3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44.11포인트(+0.77%) 오른 4만4828.5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51.93포인트(+0.83%) 오른 6279.3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07.97포인트(+1.02%) 상승한 2만601.10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증시는 증권시장은 미국 독립기념일 공휴일인 7월 4일을 앞두고 평소보다 3시간 이른 오후 1시(현지 시각)에 마감했다. 공휴일인 4일에는 뉴욕 증시가 문을 닫는다.
6월 스태그플레이션 기미 없다…전문가 일각 선 “고용 호조 과장됐다”
이날 증시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고용보고서에 주목했다. 노동부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4만7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1만명)를 크게 웃돈 수치다. 미국 고용 보고서의 일자리 증가는 4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실업률은 5월 4.2%에서 6월 4.1%로 하락했다.
전날 민간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고용 감소세와는 다른 결과였다. 전날 ADP는 6월 미국의 민간기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3만 3000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날 정부 공식 통계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있지만 미국 노동시장의 심각한 악화 징후는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부 내용을 뜯어 본 전문가들 일부는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전체 일자리 증가량 14만7000개 가운데 민간 부문 고용증가가 7만4000개에 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달의 경우 전체 14만4000개의 신규 채용 가운데 13만7000개가 민간 부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전월보다 줄었다.
일자리 증가는 주정부 및 지방 정부와 의료 분야에 집중됐다. 제조업과 전문 서비스업 및 비즈니스 서비스업을 포함한 다른 여러 부문은 정체되거나 일자리가 감소했다. KKR의 글로벌 매크로 및 자산 배분 책임자인 헨리 맥베이는 “이번 보고서의 헤드라인 수치는 일자리 증가의 기본 추세를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다.
실업률이 4.3%에서 4.1%로 떨어진 것도 역시 채용이 많이 이뤄져서가 아니라 노동 시장 참여율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노동인구는 전월 62만5000명 감소한데 이어 6월에도 13만 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전체 노동인구 가운데 일자리가 없는 이들의 비율을 구하기 때문에,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실제 채용이 늘지 않아도 실업률 자체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노동인구 100명 중 실업자가 10명일 경우 실업률이 10%지만, 노동 인구가 90명으로 줄고 동시에 실업자가 8명이 되면 실업률은 8.8%가 되는 식이다. 이때 실제 근로 인구는 90명에서 82명으로 줄었지만 실업률은 낮아지는 셈이다.
이에 이들은 투자자들이 고용 시장의 둔화 가능성에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6월 고용 지표는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잘못된 이유’로 실업률이 하락했고, 고용은 겉보기보다 과장된 수치”라며 “우리는 이번 결과가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는 신호로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고용보고서에 대해 “고용 시장은 에너자이저 (건전지 광고의) 토끼같다”며 “기운이 다됐나 싶을 때마다 계속해서 나아간다”고 호평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최근 증시 호조를 언급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관세는 아무런 타격도 주지 않았다”며 “나는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을 듣기 보다 시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경력을 쌓아왔고, 앞으로도 시장이 말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쏙 들어간 연준 조기 인하론…7월 금리 인하 전망 4%대
탄탄한 고용에 연준이 7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는 식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 7월 금리 인하 확률은 전날 76.2%에서 이날 고용지표 발표 후 장 마감 무렵 95.3%로 치솟았다. 반면 인하 확률은 같은 기간 23.8%에서 4.7%로 내려갔다.
금리 인하가 미뤄졌다는 전망에 국채 금리도 상승했다. 연준의 금리 변동 전망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증시 마감 무렵 9.5bp(1bp=0.01%포인트) 급등하면서 3.892%에 거래됐다. 국채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10년 물 수익률도 6.5bp 오른 4.349%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서비스업 경기 호전도 국채 금리 상승에 기여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6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5월의 49.9에서 0.9포인트 오른 수치이자 시장 예상치 50.5도 웃돈 수치다. 스티브 밀러 ISM 위원장은 “서비스업 PMI가 확장 구간으로 돌아왔고, 주요 하위 지수 가운데 고용을 제외한 대부분이 확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서비스업 경기는 여전히 팬데믹 이후의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집계 기관인 S&P글로벌의 6월 서비스업 PMI도 52.9를 기록하며 확장세를 이어갔다.
달러화 가치는 올랐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증시 개장 시점 97.13으로 전장 대비 0.37% 상승했다. 달러 가치에 반비례하는 금 값은 하락했다. 이날 금 선물 계약은 전장대비 0.47% 떨어진 온스당 3344.0 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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