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겠다며 신설한 혁신위원회가 7일 첫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좌초됐다. 비대위가 이날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 6인 인선안을 발표하자 안 의원이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라며 혁신위원장 사퇴 및 당 대표 경선 출마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은 당의 6·3 조기 대선 후보 교체 파동과 관련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2인의 ‘인적 쇄신’을 요구했으나 송 위원장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경위야 어찌됐든 지난달 임기를 마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에 이어 안 의원의 쇄신안마저 불발되면서 당권을 쥔 친윤계 등 주류의 자기 희생이 없는 당 개혁 추진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런 와중에 지난주 실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1.2%포인트 떨어진 28.8%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이달 1~3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한 22%에 그쳤다. 당의 주류 세력이 계엄·탄핵 사태 및 대선 패배와 관련해 처절한 반성과 쇄신 없이 당권과 의원직에 연연했던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 주류인 영남 텃밭 출신 의원 가운데 차기 총선 불출마 등 기득권 포기 의사를 밝힌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익과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쟁점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형해화하는 데 국민의힘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점도 지지층을 등 돌리게 했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을 거의 해체하는 수준으로 대수술을 해야 한다. 계엄·탄핵 사태에 대한 참회,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기능 회복, 분열된 당의 통합 등을 대원칙으로 삼아 전면 쇄신을 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당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특히 정권 재창출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일부 핵심 인사의 자기 희생으로 당 쇄신의 길을 터야 한다. 또 국민의힘이 쟁점 입법,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등과 관련해 비판과 대안 제시의 역할을 하면서 국익을 위해서는 여야 협치를 모색하는 자세를 보여야 수권 정당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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