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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

늦은 저녁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올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밥을 먹는 모습이 숙연하다. 영원히 지나가는 것들은 도처에서 무시로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것과 남아 있는 것이 따로 있지 아니할 것이다. 뉘라도 엄연한 지금을 가뭇없이 스치고 있을 것이다. 늘 숙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원히 지나가고 있다면 영원히 새로 오고 있을 터이다. 장례식장 회랑에서도 아이들은 뛰논다. 저녁이 숙연하더라도 아침은 발랄할 수 있을 것이다.<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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