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스트리밍 순위에서 돌풍을 일으킨 밴드가 사실 얼굴도 목소리도 모두 인공지능(AI)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10일 연합뉴스는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을 인용해 AI 록밴드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이 정체를 드러냈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6월 5일 발표한 데뷔곡 ‘플로팅 온 에코스(Floating on Echoes)’를 통해 스포티파이 유럽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포크와 인디의 요소가 섞인 록 음악 장르인 이 곡은 청취자들 사이에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게 들리는 편안한 선율과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영국과 스웨덴, 노르웨이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인기에 따라 이들이 실제 밴드가 맞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 1960년대를 풍미한 미국 록밴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고, 밴드명 ‘벨벳 선다운’ 또한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멤버의 라이브 공연 이력이나 인터뷰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점도 의혹을 키웠다.
논란이 커지자 이들은 6월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개설하고 멤버들의 이미지를 게시했으나, 기타를 든 손가락이 비현실적으로 붙어 있거나 마이크 선이 소매로 이어진 모습, 생기 없는 눈빛 등이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 이후 7월 5일, 이들의 엑스(X·구 트위터) 공식 계정은 마침내 정체를 인정하며 “모든 캐릭터, 서사, 음악, 목소리, 가사는 AI 지원으로 만들어진 원조 창조물”이라고 밝혔다. 또 “인간도 기계도 아니고, 우리는 그사이 어디쯤 산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청취자들은 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듯하다”고 전했으며, 현재 벨벳 선다운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는 110만명을 넘어섰다.
벨벳 선다운의 음악은 기존 음원을 몇 달러 수준의 소프트웨어로 합성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오는 14일 신곡 공개를 예고하면서 도발적인 마케팅도 이어가고 있다. 이달 2일, 그들의 X 계정에는 “그들은 우리에게 진짜가 아니라고 한다. 아마 너희도 진짜는 아닐 것”이라는 메시지가 홍보 영상과 함께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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