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에투알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해요. 동료들 모두 큰 기대를 가지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기 위해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무용수들이 ‘좋아서 하는 무대’가 될 때 그 놀라운 에너지를 만끽해주세요.”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동료 무용수들과 내한 갈라 공연을 펼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박세은(36)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356년 전통의 세계 최고(最古)이자 유럽 발레의 정수를 보여 준다고 평가받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2021년 아시아 최초 에투알(수석무용수)로 발탁된 발레리나다. 2022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갈라로 한국 관객을 만나는 그는 이번 무대의 기획과 프로그램 구성, 캐스팅까지 총괄하고 있다. 박세은은 “처음에는 내가 꼭 보여주고 싶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매 시즌을 준비하면서 기획이 얼마나 치밀하고 섬세해야 하는지 깨달았다”며 “기획을 해보며 작품과 무용수, 스태프 간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예술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경험치가 쌓이며 기획자로서 욕심도 커졌다. 특히 올해 갈라는 A·B 두 개의 프로그램이 완전히 다른 메시지와 분위기를 전할 수 있도록 구성돼 눈길을 끈다. A 프로그램은 갈라 무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쇼팽의 ‘인 더 나이트’를 비롯해 클래식과 모던이 교차하는 작품으로 구성해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과 감성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B 프로그램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전막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든 무용수가 한 무대 위에서 춤추는 특별한 방식을 구현했다. 박세은은 “단순히 두 번 반복되는 하이라이트 모음집이 아니라 각 작품 간 흐름과 감정이 공연 전체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특히 B 프로그램은 기존 틀을 깬 색다른 시도라서 개인적으로도 무척 큰 기대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는 프랑스 대표 발레리노 마티외 가니오를 비롯해 기욤 디오프, 아망딘 알비송 등 10명의 에투알이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파리오페라의 내한 갈라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박세은은 이번 공연이 무용수 모두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며 기획에 동참한 무대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레오노르 볼락과 기욤 디오프는 발레단 레퍼토리에 없지만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라며 웨인 맥그리거의 ‘크로마’를 준비했는데 바쁜 시즌 중에도 런던·파리를 오갈 정도로 열심이었다”며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는 무용수 모두가 세계 각지 발레단의 의상을 가져오겠다고 나서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자신의 무대도 준비하는 박세은은 “에투알에 오른지 4년이 되면서 표현이 깊어지고 감정이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또 “책임감이 커진 만큼 ‘잘 추는 춤’을 넘어 진심을 담은 춤을 전하고자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기획자로서 역량을 보인 ‘여름 갈라’ 역시 당분간 이어갈 전망이다. 벌써 내년 여름을 위해 ‘우리 시대의 에투알’이라는 무대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세 차례 갈라를 통해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정체성과 무용수의 개성을 국내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 소개했으니 다음에는 세계 메이저 발레단의 에투알과 프린시펄, 수석무용수들의 진면목을 또 다른 기획으로 선보이고 싶다”며 “기획자로서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무대’를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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