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산재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SPC삼립 시화공장을 방문해 “장시간·저임금 노동을 벗어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업종의 특수성 때문일 수 있지만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인다”며 돈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를 강조했다. 취임 후 연일 국민 안전과 노동자 권리 보장을 강조해왔던 이 대통령이 직접 산재 현장을 방문하면서 정부의 산재 대응 및 예방 조치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서 “알다시피 저도 노동자 출신이고 산재 피해자이기도 한데, 수십 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고 하지만 (노동)현장만큼은 선진국같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시화공장은 올 5월 19일 50대 근로자가 작업 중에 컨베이어에 상반신이 끼여 숨지는 등 공장 내 사망 사고가 잇따랐던 곳이다.
특히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와 질의응답을 나누는 과정에서 기업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두 번, 세 번 똑같은 (산재)상황이 반복된다”며 “일주일에 4일을 저녁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12시간씩 일을 하는 게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도 지적했다. 휴식 시간까지 물어본 이 대통령은 “계산해보니 52시간이 넘는다”며 “초과근무에 대해 150% 임금 지급을 하고 있냐”고도 물었다. 그러면서 “8시간씩 일하는 사람을 더 고용해 3교대를 하는 편이 이론적으로 나은데 12시간씩 맞교대를 하는 게 결국 기본임금이 매우 낮아서 3교대를 하면 총액 임금이 낮아져 일할 사람이 없어서 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재차 근무시간과 임금 상황을 조목조목 확인한 뒤 “12시간씩 일하면 힘들고 졸리고, 졸리면 당연히 쓰러지고 끼이는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사고 원인을 ‘장시간·저임금’ 노동 구조에서 찾았다.
이 대통령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근본적으로는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며 “월급 300만 원 받는 노동자라고 해서 그 목숨 값이 300만 원은 아닐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안전을 위해서는 비용도 충분히 감수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고와 관련해 특단의 조치를 당부하는 한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단장을 맡게 되는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후진국형 산재 사고’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김 장관은 전국 고위험사업장별 전담 감독관을 지정하고, 주 1회 불시로 현장을 점검해 국무회의에서 결과를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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