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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권한 확대' 한은의 이유 있는 항변

한동훈 경제부 차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같은 사태가 터져도 한국은행이 원하는 자료를 받기가 쉽지 않아요.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검사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새 정부의 금융 당국 조직 개편 논의에 맞춰 금융기관 감독권과 거시건전정 정책 권한을 늘려달라고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건전성 관리 수단을 보유하지 않아 금융 시스템 불안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부문에 대한 권한 확대는 한은의 숙원이다. 한은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은행 감독권을 금융감독원에 내준 후 현재는 금감원에 은행 공동 조사·검사 요구만 할 수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감독 권한이 아예 없고 자료도 금감원을 통해서 겨우 받을 수 있다. 또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 등 거시건전성 정책 권한은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사실상 건전성 관리에서 한은이 들러리 역할만 하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한은의 주장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중앙은행의 금융기관 정보 접근성이 제한되면 신속한 정책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 한은에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이중 책무가 부여돼 있지만 금리 결정 및 긴급 유동성 공급 외 금융 불안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 미국이나 영국, 유럽연합(EU) 중앙은행이 거시·미시건전성 감독권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금융권은 한은의 권한 확대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감원이 있는 상황에서 한은마저 감독권을 쥐게 된다면 중복 감독, ‘옥상옥’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검사 권한이 있는 기관이 늘어나면 금융권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거시건전성이나 금융 안정의 중요도가 커지는 만큼 한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의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가계부채, 제2금융권의 PF 부실 등이 국내 경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한은의 역할 확대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기존 감독 당국이 보지 못하는 리스크를 한은이 짚어낼 수 있다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더 견고하게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권한이 커지는 게 국제적인 흐름”이라며 “한은·금융위·금감원 등이 참여하는 금융협의체에서 한은이 목소리가 더 비중 있게 반영되는 시스템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도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내놓아야 한다. 권한 확대를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지 상세한 로드맵 없이 당위성만 외쳐봐야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대한 감독 데이터나 실무 경험이 부족한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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