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금융권을 겨냥해 ‘이자놀이’를 경고한 가운데 금융 당국이 금융권 협회장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금융투자협회 등의 협회장을 불러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금융위는 금융 업체들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영역에서 예대마진 등 전통적인 영업 모델로 고수익을 거두는 데서 벗어나 미래산업·벤처·자본시장 투자 등 ‘생산적 금융’ 분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 등으로 경기가 좋지 않았던 올해 상반기만 해도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이자 장사’로만 벌어들인 돈은 21조 924억 원에 달했다. 이에 힘입어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역대 최대인 10조 325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5% 증가했다. 이같이 전통적인 이자놀이에 의존하다 보니 글로벌 금융 기업들과 겨룰 만한 금융사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본만 해도 주요 은행들은 2024 회계연도에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였지만 우리 4대 금융그룹은 해외에서 고작 평균 11%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손쉬운 ‘안방 이자 장사’에 안주하는 금융사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기관들은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등을 서둘러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최신의 디지털 기술과 선진 금융 기법 도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여유 자금이 부동산이 아니라 미래 신산업, 벤처, 스타트업 등으로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금융 기업들이 나서야 나라의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저성장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정부도 ‘관치 금융’의 악습을 끊고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풀어 금융 그룹들이 선진화 개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