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16일 만에 3000포인트를 달성했던 코스피지수는 최근 3200대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라는 청사진을 비추며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만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혁신 벤처기업의 등용문이자 모험자본의 공급처인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 출범해 미국 나스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성장주 시장이다. 당시 설립 4년 만에 일평균 거래 금액에서 코스피를 추월하고 코스피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상장되는 등 혁신 경제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현재 코스닥지수는 출범 당시보다 20% 낮은 800포인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 초반 코스닥 시가총액은 나스닥의 10%에 달했지만 지금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코스닥 수익률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하면 글로벌 최하위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은 우리 시장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창업-성장-회수-재투자로 이뤄지는 선순환 벤처 생태계 구축에 가장 큰 걸림돌은 회수 시장의 침체다. 한때 코스닥은 급격한 성장과 함께 국내 벤처 창업 붐을 조성하며 혁신 자본시장의 본보기가 됐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산업 붕괴로 사회적 혼란을 겪으며 거래소의 하부 조직으로 통합됐다. 이후 코스닥은 기술 벤처기업의 신시장이라는 정체성이 약화되고 코스피의 2부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장기적인 침체기에 돌입하게 됐다.
국내의 경우 회수 시장은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주로 기업상장(IPO)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에 코스닥 시장은 중요한 투자·회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과 벤처 투자에 대한 선행지수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 미국의 경우 하이테크 분야의 신규 벤처기업들이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 이상을 창출하며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나스닥의 역할이 크다. 마찬가지로 우리 코스닥 시장을 살리는 것이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시급한 일이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핵심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코스닥의 ‘혁신 시장’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코스닥 시장은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 등 무형자산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기능을 하며 대기업 중심의 안정 보수를 지향하는 유가증권 시장과 차별화된 시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코스닥과 코스피가 각기 다른 정체성으로 경쟁함으로써 자본 시장의 역동성이 살아날 것이다.
코스닥 시장의 구조도 혁신 기업 특성과 시장 기능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현재 코스닥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와 비슷한 규제를 받고 관리와 통제의 시스템 속에서 ‘안정성’ 기반의 심사 기준이 적용돼 벤처기업 특유의 역동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은 ‘파두 사태’ 이후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보수화되며 사실상 작동을 멈췄다. 경직된 회계 기준과 상장 유지 요건 또한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기업의 진입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코스닥은 완전한 기술주·성장주 중심으로 코스피와 성격을 달리해야 한다. 상장 요건은 최대한 낮추되 상장 유지 요건은 엄격하게 적용해 한계기업들의 퇴출을 조속히 진행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모험자본의 유동성 확대가 절실하다. 국내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은 4%대로 시가총액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기금, 법정 기금 등 수십조 원 규모의 안전자본이 코스닥 시장을 포함한 벤처투자 시장에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면 장기 투자와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를 통해 벤처기업의 성장 자금 유치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코스닥은 단순한 거래 시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혁신 경제의 심장이다. 이 심장이 다시 활기차게 뛰어야 대한민국의 경제가 산다. 코스피 5000 시대 선언과 같이 코스닥 3000 시대를 열어갈 혁신적 정책을 기대해 본다. 지금이 바로 코스닥을 되살릴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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