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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빵빵' 모텔 가족룸 만실, 새벽 출근에 몰캉스족까지 …폭염이 만든 '여름 新풍속도'

서울의 한 낮 기온이 38도를 오르내리면서 시민들이 저마다 양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한국인의 여름 풍경이 급변하고 있다. 집이 아닌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가족,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로 몰려드는 ‘몰캉스족’, 사우나 같은 지하철을 피해 새벽 출근을 택하는 직장인 등 폭염이 새로운 여름 풍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름철에 새로운 서비스와 소비 문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텔은 사치”…38도 폭염에 모텔로 피서 간 가족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이미지투데이


“호텔은 너무 비싸 가족끼리 모텔을 찾았어요.”

서울 송파구의 한 모텔 패밀리룸은 지난 주말 이른 아침부터 만실이었다. 업주는 “6월 이후 가족 단위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고, 예약률이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며 “특히 4인 이상이 묵을 수 있는 패밀리룸은 주말마다 예약이 꽉 찬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가 직접 서울 강서·구로·송파 일대 모텔 10곳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업소가 7월 주말 패밀리룸 예약률이 80~90% 이상이라고 답했다. 일부 업소는 ‘아이 동반 가족 전용 패키지’를 만들어 숙박비에 아침 식사와 간단한 어린이 놀이시설 이용을 포함하기도 했다.

호텔·리조트 1박 요금이 30만~50만원까지 치솟자, 10만원 안팎으로 숙박할 수 있는 모텔이 ‘가성비 피서지’로 급부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모텔을 이용한 피서 후기가 속속 올라온다. “집 근처 모텔에서 하루 묵으니 냉방도 잘되고 가격도 저렴했다”, “호텔 못지않은 시설에 넷플릭스도 지원돼 아이들이 좋아했다”는 글이 공유되며 모텔이 새로운 여름 피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밤에만 잠깐 묵는 가족 손님이 늘었다”며 “호텔보다 3분의 1 수준 가격에 냉방이 잘 돼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우나 같은 지하철 타느니, 새벽 출근이 낫죠”…폭염판 ‘미라클 모닝’ 확산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이미지투데이


“아침 6시 출근, 오후 8시 퇴근이 제 루틴이 됐어요.”

이른 아침에도 식지않는 뜨거운 열기에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표도 달라졌다. 최근에는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을 피해서 출퇴근 하거나 냉방이 잘 돼 있는 실내에 머무르며 공부나 운동을 하는 형태의 새로운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사우나 같은 지하철 안 타려고 오전 6시 30분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밤에 열대야로 잠을 설쳐 새벽에 눈이 떠진다”, “아침에 출근해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한다”는 인증글이 급속히 늘고 있다. 폭염 때문에 저녁 퇴근길이 더 지치기 때문에 아예 일찍 출근해 퇴근 후 자기계발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폭염판 미라클 모닝'인 셈이다.

이처럼 폭염으로 인해 이른 출근과 저녁 자기계발로 하루 일과를 바꾸는 문화가 MZ 직장인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방해받지 않는 새벽 시간을 활용해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무더위가 만들어낸 새로운 근무·생활 패턴이다. 일부 기업은 폭염에 대응해 재택근무나 시차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양우산 ‘완판 행진’…남성·MZ세대까지 사로잡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뉴스1




“이젠 여성 전용품이 아니에요, 남자들도 양산 씁니다.”

기록적인 폭염은 여름 패션과 소비 풍경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우산과 양산을 겸할 수 있는 ‘우양산’이 새로운 여름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중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양산은 올해 들어 남성·MZ세대까지 폭넓게 확산되며 여름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에이블리에 따르면 7월 양산 거래액은 전년 대비 30%, 검색량은 231% 급증했다. ‘우양산’ 상품 거래액은 56%, 검색량은 122% 증가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무신사에선 최근 한 달간 ‘우양산’ 검색량이 200%, ‘양산’은 186% 늘었고, 쿨링 의류와 선케어 제품도 2배 이상 판매됐다.

GS샵에 따르면 가수 성유리가 진행하는 '성유리 에디션'을 통해 판매한 ‘로라애슐리 양우산’이 방송 30분 만에 2000세트 주문을 달성하며 1억 원 매출을 올렸다. 다이소에서도 최근 한 달간 우양산 판매가 50% 증가하며 대부분 매장에서 품절됐다.

로라애슐리 양우산. 사진=롯데홈쇼핑 홈페이지 캡처


양산 디자인 역시 진화했다. 기존의 밝은색·레이스 스타일에서 벗어나 ‘남성용’·‘깔끔한’ 키워드가 붙은 심플한 제품부터 곰돌이·플라워 캐릭터 패턴까지 다양해졌다. 20~30대의 양산 구매율도 30% 이상 늘었으며, 켄싱턴호텔 여의도 리테일 매장인 케니샵에선 양우산이 품절돼 재발주에 들어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가 키링 같은 패션 소품과 양산을 매치해 데일리 스타일링을 완성한다”며 “2025년 여름, 양산은 단순한 햇빛 가림을 넘어 MZ세대와 남성까지 사로잡은 ‘쿨 패션템’이 됐다”고 설명했다.

쇼핑몰이 ‘도심 리조트’로…몰캉스족 몰린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서울과 수도권 주요 쇼핑몰은 ‘도심형 리조트’로 변신했다. 낮 최고 38도에 달하는 폭염이 이어지자 시원한 실내에서 쇼핑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이른바 ‘몰캉스족’(몰+바캉스)이 몰리고 있다.

스타필드 하남은 주말 방문객이 15% 늘었고, 롯데 타임빌라스 수원점 역시 저녁 방문객이 20%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냉방과 놀이,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서 쇼핑몰이 사실상 도심 리조트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몰캉스족을 겨냥한 이색 마케팅도 활발하다. 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 수원, 롯데몰 김포공항, 롯데몰 수지 등에서 ‘서머 시그널’을 열고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했다. ‘복숭아 주의보’ 팝업스토어에선 복숭아 폼볼 사격, 대형 볼풀, 거대한 조형물 포토존 등 놀이공간이 마련돼 어린이와 가족 단위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1~17일 롯데백화점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고, 신세계·현대백화점도 각각 14%, 13%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백화점과 대형몰이 단순 쇼핑을 넘어 여가·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폭염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의 생활 패턴과 소비 문화를 장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올해 뿐 아니라 내년에도 폭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사람들이 새벽에 출근하고, 밤 시간대 활동을 늘리는 등 생활 리듬이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여름철 새로운 서비스와 소비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더위를 피하려는 심리로 휴대용 선풍기·양우산 같은 기후 대응형 제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어컨 빵빵' 모텔 가족룸 만실, 새벽 출근에 몰캉스족까지 …폭염이 만든 '여름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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