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암(ARM)이 자체 칩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자 사업 영역을 확대해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자체 칩 설계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스 CEO는 “칩 설계 외에도 완성형 솔루션 제공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RM은 전 세계 반도체 설계의 표준을 제공하는 지식재산권(IP) 전문 기업으로 스마트폰 칩 생태계의 절대 강자로 불린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는 물론 전 세계 스마트폰의 약 99%가 ARM의 아키텍처 기반이다. FT는 “ARM이 설계 IP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완전한 칩을 설계하려고 한다”며 “회사의 전략적 전환이 (현재 엔비디아가 지배하고 있는) 칩 생태계를 뒤집을 것”이라고 짚었다.
회사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사업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FT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I 붐’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핵심 축으로 ARM을 주목하고 있다고 봤다. 하스 CEO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칩렛 대부분은 ARM IP 기반이지만 우리는 기존 플랫폼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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