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야, 살려줘."
홀로 거주하던 5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지만 AI 스피커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SKT '누구'와 KT '기가지니' 등 국내 AI 스피커 기반 긴급 SOS 서비스가 사람을 살리는 사례가 많아지는 가운데 AI 기술의 발전이 긴급 구조 상황에 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30일 대구 달서구에 따르면 이 지역에 홀로 거주하는 A씨(58)가 지난 5월 심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기 직전 AI 스피커에 음성으로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목소리를 인식한 AI 시스템은 즉시 119에 자동 연결됐다. 출동한 119 구급대는 A씨를 병원으로 즉시 이송했다. 뇌수막 파열 진단을 받은 A씨는 응급 치료 후 현재 회복 중이다. AI 스피커에 의해 생명을 구한 A씨는 평소 낙상 위험이 잦은 고위험 1인 가구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AI 스피커의 음성 인식 긴급 대응 시스템이 생명 보호에 기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달서구는 2023년 7월부터 고독사 위험군 271가구에 AI 스피커를 보급해 왔다. 이 기기는 일상 안부 확인은 물론 응급상황 발생 시 119 자동호출, 위험 발언 감지, 정서 지원 연계 기능을 갖춰 상시 모니터링과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
한편 SKT '누구'와 KT '기가지니' 등 고령화 시대 독거노인들의 일상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 AI 스피커 기반 긴급 SOS 서비스는 전국 93개 지방자치단체·기관 돌봄 대상자 약 2만여 명에게 제공돼 지난 2023년 기준 긴급 구조 사례가 누적 500건을 넘어서고 있다.
긴급 상황에 처한 이용자가 “아리야 살려줘”, “아리야, 긴급 에스오에스” 등 간단한 말로 119나 관제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119 긴급구조로 이어진 호출 사례 500건 가운데 가장 많은 52%가 뇌출혈·저혈압·급성복통·급성두통 등 응급 증상 관련이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저녁 시간부터 이른 아침 사이에 접수된 호출이 74%로, 일과 시간(10∼18시) 호출 건수의 3배 가까이 많았다.
최근에는 AI가 응급상황을 신고해주는 영역을 넘어서 신고를 접수하는 역할까지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전국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 ‘119 신고 접수 시스템’을 시범운영 중이다. 119신고시스템은 현재 총 720개 회선을 보유하고 있으나, 동시 통화가 집중될 경우 통화량 초과로 ARS 대기 상태로 전환된다. ‘AI 콜봇’ 도입으로 최대 240건의 대기 신고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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