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라는 굵직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원화값 반등이라는 극적인 전개는 나타나지 않았다. 간밤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기조와 예상치를 웃돈 경제 지표가 달러 강세를 자극하며 원화가 뚜렷한 회복 동력을 찾지 못한 영향이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9원 오른 1387.0원에 오후 거래를 마쳤다. 1390.0원에 장에 나선 환율은 오전 한때 1397.4원까지 상승했다가 위안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1380원대 후반으로 되밀리며 등락을 반복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환율 흐름을 '이벤트 소화 구간'으로 해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FOMC 결과가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나왔고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3.0%(연율)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개장 전부터 환율 상승 압력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간밤 열린 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1월 FOMC부터 이어진 5회 연속 동결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581 수준으로 이날 오전 중에는 99.943까지 올랐다. 5월 29일(장중 최고가 100.540) 이후 두 달여 만에 100선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개장 전에는 한국과 미국이 관세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에도 15%의 품목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은 조선업 협력 펀드 1500억 달러,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대미 투자 펀드 2000억 달러 등 총 3500억 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국내 농축산물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백 이코노미스트는 “개장 전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졌지만 장중에는 세부 내용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실망감과 협상 관련 발언 혼선으로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했다”며 “트레이더들이 짧은 호흡으로 이슈에 반응하면서 시장이 뚜렷한 방향 없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번 한미 관세협상은 극단적인 결과를 피했다는 점에서 향후 원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자동차 관세율에 있어서는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기존 무관세(0%) 혜택을 누려왔던 만큼 15%로 전환된 점이 주요국 대비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한편, 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이 1370원에서 1400원 사이 박스권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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