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현행 하루 6시간 30분인 주식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증권업계는 8일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시스템·인력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는 지난달 29일부터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 중이며, 취합된 의견을 바탕으로 금융 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증권사들에 ‘정규장 개장 1시간 앞당기는 안’, ‘오전 8시 프리마켓 30분 후 정규장 전까지 시가 단일가 거래하는 안’, ‘프리마켓 후 호가를 정규장으로 넘기지 않고 삭제하는 안’ 등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세 방안 모두 정규장 이후 오후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대체로 거래소의 거래 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3월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복수 거래 체제가 된 만큼 경쟁을 위해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시장 활성화와 수익 확대도 기대했다.
다만 정규장 조기 개장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규장 앞당김을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고객 혼란 최소화를 위해 현행 유지 의견도 함께 제출했다”고 전했다. 반면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규장을 오전 8시로 당기면 전 직원 출근이 오전 7시로 조정돼야 하고, 매매 체결·신용 공여·반대매매·계좌 개설 등 전 업무가 앞당겨져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전산 시스템 개편과 인력 확충,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우려했다. 특히 거래소가 연내 시행을 추진할 경우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개편에는 최소 9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며 “넥스트레이드 개장 초기 때 주문 지연 장애가 일부 발생했던 것도 준비와 테스트 기간 부족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넥스트레이드와 거래소 간 시간을 조정하면서 새로운 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거래소는 일부 증권사와 개별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의견을 취합한 뒤 내부적으로 최종안을 마련해 금융 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다. 이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거래소가 2700여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운영하게 된다면 증권사 직원·상장사 공시 담당자 등 자본시장 종사자에게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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