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탓에 에어컨을 켜둔 채 요리를 하는 집이 많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고기를 굽거나 장시간 조리할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중독은 탄소 성분이 들어간 물질이 불완전 연소될 때 발생하는 무색·무취·무미·비자극성의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서 나타나는 상태다. 일반적으로는 겨울철 연탄, 숯, 보일러 사용 등과 관련해 발생률이 높지만, 여름철 가정이나 음식점 등에서도 적지 않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강원 정선군의 한 가정집에서는 일가족 3명이 어지러움, 호흡곤란,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사례가 있었다. 당시 5명이 숯불로 고기를 굽던 중 3명은 약 한 시간가량 식사를 이어갔고, 2명은 이보다 늦게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이 확인한 결과 이들 중 앞서 고기를 먹던 3명이 먼저 증상을 보였다. 다행히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2019년 8월에는 제주도의 한 숯불갈비 식당에서도 손님 17명이 한꺼번에 어지럼증, 메스꺼움, 흉통 등 중독 의심 증상을 보인 사고가 있었다. 이 중 어린이 4명은 현기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기도 했다. 당시 환풍기 3개 중 1개가 고장나 있었고, 26㎡(7.8평) 규모의 실내 공간에 창문을 모두 닫고 에어컨을 켠 채 식사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따르면 숯불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원인으로 추정됐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공기 중 0.02% 이하일 경우 가벼운 두통 증상에 그칠 수 있으나, 0.16% 이하 수준만 돼도 2시간 이내 사망 가능성이 생긴다. 농도가 1.28%에 이르면 1~3분 만에 생명을 잃을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초기 증상은 두통, 현기증, 구역질 등 가볍지만 심해지면 혼수, 경련, 호흡정지 등 중증 증세로 이어진다. 회복 후에도 뇌·심장·신장 등의 손상이나 신경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내에서 불을 사용한 조리를 할 경우 반드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환풍기가 정상 작동하는지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소방당국은 일산화탄소는 냄새나 색깔이 없어 감지하기 어렵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화로처럼 일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장비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주기적인 환기를 통해 중독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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