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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혹한기, 더 큰 문제는 ‘회수’다

김동하 한성대 미래융합사회과학대학 교수(트윈플러스파트너스 대표)

김동하 한성대 교수




스타트업 업계에 신한캐피탈 소송전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사실상 '연대보증'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창업자들의 우려 속에서, 폐업 또는 회생을 신청한 스타트업에 '소송'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최근 법원은 신한캐피탈이 5억원을 투자했던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인수대금 청구 소송에서 대표자가 신한캐피탈에 약 12억5000여만원을 돌려주고 주식을 다시 사가라고 판결했다. 청산, 파산, 회생 등 사유 발생 시 회사 또는 창업자에게 보유 지분을 매수 청구할 수 있다는 계약조항이 주된 이유였다. '투자'활동에 있어서의 상호간 신뢰나 정부의 리더십보다도, 소송과 판결로 사태가 번지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혹한기를 맞은 스타트업 업계 창업자들에게, 이 같은 '소송'을 통한 투자 '회수'의 여파는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사업에 실패할 경우, 더 큰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수년 전부터 벤처투자회사·조합이 창업자에게 '연대책임' 을 부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중기부 규제를 적용받는 벤처캐피탈(VC)이 아니라 금융위원회 관리감독을 받는 신기술금융사하고 하더라도, 많은 창업자들은 사업에 실패해 폐업을 하더라도, 전반적인 벤처투자에 대한 '연대책임'은 사라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만기요? 연장해야 합니다. 회수된 게 없는데 어떡합니까?” 얼마 전 국내 유력 엑셀러레이터(이하 AC)의 개인투자조합에 투자했던 한 투자자의 전언이다. 투자가 성공적으로 되고 있다는 말에 만기에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회수는 전혀 없는 사실상 반 강제적 만기 연장 통보였다고 한다.

2016년부터 본격화된 AC들의 투자조합이 5~10년의 만기를 맞으면서, 곳곳에서 회수에 대한 우려가 들려온다. 매끄럽게 회수된 사례들은 거의 없고, 만기 '연장'으로 돌파하려는 AC들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지분을 매각하거나 청산하여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펀드를 운용하는 AC, 즉 무한책임사원(GP)의 역할이지만, 회수가 어려우니 연기하고 보자는 식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글로벌펀드 운용사로 해외 벤처캐피털 13곳을 선정하고, 총 2조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스타트업 혹한기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7월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폐업 건수는 88건으로 전년보다 약 30%늘어났다.

모태펀드 출범 20년. 한국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정부 주도 투자 생태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회수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경험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초보들이 주식을 사는 데만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우리의 관심도 투자를 하는 데만 쏠려 있었던 건 아닐까.

만기에도 회수가 잘 되지 않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회수 후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순 없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벤처투자조합을 통해 약 30조8000억원의 자금이 투자됐지만, 회수된 금액은 22조2000여억원에 불과했다.

한국경제 전반을 위해서도 절실한 건, 스타트업 ‘회수의 생태계’가 올바르게 구축되어 가는 일이다. 법원 판결을 통해 폐업한 창업자로부터 5억원을 12억원으로 회수하는 이런 생태계가 아니라.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AC펀드들이 자금을 원활하게 회수하고, VC펀드들도 AC펀드가 투자한 구주를 자유롭게 투자해서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가 되도록 하는 생태계 말이다.

스타트업의 투자가 혹한기를 벗어나 다시 봄바람을 맞기 위해선, 앞으로 다가올 투자자들의 '회수 혹한기'를 잘 넘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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