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과 지방이 모두 '형광 파란색'으로 나타난 멧돼지가 잡혀 당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 현지 방송인 KTLA에 따르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멧돼지의 살과 지방이 ‘형광 파란색’으로 빛나는 기이한 사례가 잇따랐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카운티 일대에서 주민들과 사냥꾼들은 멧돼지를 붙잡고 보니 살의 색이 푸른색으로 변해있었다며 당국에 신고했다. 현지 야생동물 통제 업체 대표 댄 버튼은 “그냥 약간 파란색이 아니라 선명한 형광 블루였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이 같은 현상은 설치류 살충제에 포함된 ‘디파시논(diphacinone)’이라는 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디파시논은 쥐나 다람쥐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농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설치류 살충제인데, 일반적으로 형광 색소가 포함돼 있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들이 이 살충제 영향을 받은 설치류를 잡아먹으면서 체내에 축적돼 파랑색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2015년부터 형광 파랑색을 띤 돼지들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당국에 종종 접수돼 왔다.
몸 색깔이 변하는 부분은 주로 멧돼지 개체의 지방 부분이다. 2018년 조사에서는 야생 멧돼지의 약 8.3%에서 살서제 잔여물이 검출됐다.
캘리포니아 어류·야생동물부(CDFW)은 사냥꾼과 주민들에게 “형광 파란색 고기를 발견하면 절대 섭취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야 한다”며 “독극물은 조리 후에도 남아 있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 모두 중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파시논은 체내에서 심각한 내출혈을 유발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치명적 용량에 도달하려면 여러 차례 섭취가 필요하지만, 오염된 고기를 먹은 사람이나 동물은 무기력 등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미국 당국은 야생동물들이 독성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디파시논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지난해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동안 유사한 신고가 이어지면서 현지 보건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몬터레이 카운티 전역에 관련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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