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45조 원을 투입했던 정부가 정작 올해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은 0.9%에 그칠 것이라는 수정 전망치를 22일 내놓았다. 정부가 0%대 성장률을 공식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1월 전망치 1.8%에서 반 토막 난 것이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하반기 추경 등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면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 회복 기대에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두 배 높은 1.8%로 잡았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를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10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보다 19.3% 늘린 35조 3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13조 9000억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기적으로는 민간소비를 떠받쳤지만 성장을 견인하는 마중물이 되지는 못했다. 일회성 소비쿠폰으로 성장의 기회비용을 놓쳤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 투입 효과를 나타내는 재정승수가 낮은 소비쿠폰보다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13조 원이 지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 등에 활용됐다면 건설 경기 회복의 단초가 됐을 것이라는 한탄도 나오고 있다. 실제 건설투자는 올해 8.2% 감소해 지난해(-3.3%)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률 회복의 열쇠는 민간 투자다. 지금처럼 정부의 재정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을 이끌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은 규제 완화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성장전략에는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공정한 성장’을 내세우며 성과공유제 확대, 산재 제재 강화 등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조치들이 대거 포함됐다. 기업이 요구해온 이사 충실 의무 가이드라인 마련이나 배임죄 개선 등에 대해서는 “향후 추진”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됐다. 정부가 내세운 ‘모두의 성장’에 기업은 사실상 소외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며 정부가 할 일은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협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대로 기업을 경제의 주역으로 인정하고 성장전략의 초점을 기업에 맞춰야 투자와 고용이 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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