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가 중국 Z세대(1997년 이후 출생) 사이에서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자식 같은 존재’로 대접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라부부는 어떤 제품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 판매 방식으로 화제를 모은 뒤 최근에는 전용 의상과 액세서리 판매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양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와 티몰(톈마오)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라부부 인형 의상 매출은 처음으로 1000만 위안(약 2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 6월 ‘618 쇼핑 축제’ 기간에는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으며 구매자의 80% 이상은 여성이었다.
중국 저장성에 거주하는 대학생 차이(21) 씨는 인형 꾸미기에 빠진 뒤 2년간 약 3000위안(약 58만 원)을 인형 의상에 지출했다. 그의 월평균 생활비는 2000위안(약 39만 원) 수준이다. 차이 씨는 “구체관절인형(BJD)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의상 한 벌을 사는 데 300~500위안(약 6만~10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SCMP는 중국 Z세대가 인형에 옷을 입히고 액세서리를 달아주는 것은 물론, 여행까지 함께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 새로운 문화를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소형 인형 의류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가 이른바 ‘돌 이코노미(doll economy·인형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수집가 얀시 팡은 “인형을 꾸미는 건 마치 작은 아이에게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며 “의상을 입히면 더 귀엽고 생동감 있어 마치 나만의 아이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라부부 열풍은 생산 현장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한국과 일본에 의류를 수출하던 중국 산둥성의 일부 공장들이 최근 인형 의상 생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 아트토이 작가 룽카싱이 디자인한 캐릭터로, 중국 팝마트(Pop Mart)가 독점 유통한다. 토끼처럼 긴 귀에 상어를 닮은 입과 큰 눈이 특징이다. 블랙핑크 리사와 팝스타 리한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하면서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지면서 모조품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는 올 들어 총 185만 점의 위조 라부부 제품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왕쥔 해관총서 부서장(부청장 격)은 “올해 전국 세관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가 있는 라부부를 차단해 공정하고 건전한 무역시장 환경을 강력히 지켜냈다”며 “혁신은 발전을 이끄는 제1 동력이고, 지식재산권 보호가 곧 혁신 보호”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라부부를 흉내 낸 ‘라푸푸’는 또다른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정품보다 크기가 작고 손·얼굴색이 다르지만 장난스러운 웃음과 부드러운 털은 그대로다. CNN은 “요즘 길거리에서는 라부부보다 라푸푸를 더 자주 볼 수 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모조품 소비자들이 진품이 아닌 모조품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현상은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귀엽고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신세대 소비 심리, SNS가 부끄러움을 희석시키는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는 카산드라 해리슨(32)은 CNN에 “라푸푸가 (진품보다) 훨씬 더 독특해서 좋다. 모조품인 걸 알지만 오히려 그래서 발생하는 작은 차이나 괴짜스러움을 사람들은 더 좋아한다”며 “최근엔 친구들과 라푸푸 컬렉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CNN은 “세계 위조품의 45%가 중국산일 만큼 ‘짝퉁 대국’으로 불리는 중국이 자국 IP(지식재산) 만큼은 철저히 보호하는 모습이 아니러니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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