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로부터 '협력 강화' 약속을 받아내면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의 3분의 1을 수입하는 인도가 미국의 ‘50% 관세’ 폭탄에도 러시아와의 돈독한 관계를 재증명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더 끌고나갈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1일(현지 시간) AP 통신과 타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모디 총리를 만났다.
두 정상은 회담 전 푸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자주 이용하는 러시아제 리무진 아우루스를 타고 한 시간 동안 일대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지는데, 국가 정상들의 회담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두 정상은 포옹으로 유대를 과시했고, 모디 총리는 올해 말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열렬히 기다리고 있다고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시작하기 전 모디 총리를 '친애하는 친구'라고 불렀고 모디 총리도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는 "특별하고 특권적"이라고 화답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번 회담은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불황 직전에 몰리고 세수 부족에 전쟁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달리는 상황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우크라이나 종전을 원하는 미국은 추가 제재 수단 등으로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는 동시에 서방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해온 인도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27일 50%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디 총리는 회담에서 "인도와 러시아의 긴밀한 협력은 양국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곧 끝내기 위해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도 언급했다. 인도의 하르디프 싱 푸리 석유천연가스부 장관은 이날 언론 기고문에서 "인도는 (원유) 시장을 안정시키고 국제유가 급등을 막았다"면서 "사실 전 세계 석유의 거의 10%를 공급하는 세계 2위 산유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했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도가 미국의 요구에 쉽사리 굴복하는 대신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중을 여러 방면에서 드러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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