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문화 콘텐츠 제국을 이룩한 디즈니의 1957년 기업전략 맵은 70년 가까이 흐른 지금에도 놀라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활용 전략을 보여준다. 사각형 도형의 중앙에는 ‘스튜디오의 창작적 재능’, 곧 콘텐츠 개발이 위치하고 이를 둘러싼 TV, 음악, 출판물, 연재 만화, 디즈니랜드, 상품화 라이선싱 등 7개의 주요 활용 분야가 40여 개의 선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맵은 디즈니가 저작권과 상표 등 자신들의 콘텐츠 IP를 어떻게 확장할지에 대한 일련의 치밀한 프로세스가 직관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렇게 정교하게 준비된 콘텐츠 IP 활용 전략이 지금의 콘텐츠 제국 디즈니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의 콘텐츠들도 음악·드라마·영화·웹툰·게임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한류’ 또는 ‘K컬처’라는 이름 아래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분야별 성공이 전 세계를 뒤흔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을 이끈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콘텐츠 산업은 디즈니가 60년도 훨씬 전에 준비했던 장기적인 IP의 확장과 활용을 통한 성장보다는 단기적 인기에 따른 콘텐츠의 1차적인 판매에 집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2월 발표한 ‘2024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콘텐츠 산업의 1차 수익 창출인 콘텐츠 매출액은 151조 1000억 원에 달하지만, 콘텐츠를 활용한 2차~n차 콘텐츠 IP 산업의 규모는 33조 20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총 매출의 99%를 콘텐츠 IP를 활용한 상품화에서 얻는 것에 비춰보면 우리 콘텐츠 IP 산업의 규모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업계 종사자의 IP 인식 조사 결과 IP 산업 인지도는 39.3점에 불과했으며 IP 산업을 하지 않고 있는 콘텐츠 기업이 87.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서 보듯 우리 콘텐츠 산업은 콘텐츠 자체 매출인 1차 수익 창출에 비해 IP를 활용한 2차~n차 수익 창출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성공한 콘텐츠의 IP를 성장 발전시켜 중장기적인 캐시카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식과 역량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사실 아직까지 우리 콘텐츠 기업들의 규모나 업력이 디즈니와 같은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들의 체계적인 IP 전략을 갖추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이런 어려움을 돕기 위해 중소 콘텐츠 기업들의 해외 진출 시 보유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컨설팅을 진행해 기업에 IP 전략을 제시하고 진출 희망 국가에 저작권 등록과 상표, 디자인 출원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IP 확보와 확장 그리고 이를 통한 시장 확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K팝과 K푸드 그리고 한국의 모든 문화적 요소를 담아낸 ‘케데헌’의 열풍 속에서 한류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우리 콘텐츠 산업에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잘 활용해 우리 콘텐츠에 대한 체계적인 저작권 라이선싱 등 IP 중장기 운영 전략과 정책 마련에 기업과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우리도 한국 기업들의 콘텐츠 속 캐릭터들과 IP로 가득한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갖고 세계인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현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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