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일부 국가가 벌이는 무역 전쟁과 관세 전쟁은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교란시키고 국제 무역 규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해 비판했다. 최근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에 러시아,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 정상들을 불러 모아 ‘반(反)서방’ 세력을 결집한 시 주석이 브릭스 국가들을 향해서도 미국에 맞선 결집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다.
8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브릭스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가 점점 더 만연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펼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오늘 우리 브릭스 정상들이 이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현 국제 정세와 공동 관심사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대한 시점에서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의 선두에 서 있는 브릭스 국가들은 개방성, 포용성, 상생 협력이라는 브릭스 정신에 따라 행동해 다자주의와 다자간 무역 체제를 공동으로 수호하고, 브릭스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며, 인류 운명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해 세 가지 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강조한 것은 다자주의를 고수해 국제적 공정성과 정의 수호다. 시 주석은 “역사는 다자주의가 인류의 공동 열망이자 시대의 거대한 흐름임을 보여준다”며 “이는 세계 평화와 발전의 중요한 토대”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제안한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는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를 위한 공동의 글로벌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광범위한 협의와 공동 기여를 통한 공동 이익 원칙을 따르고,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체제와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수호해 다자주의의 토대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시에 국제 관계에서 더 큰 민주주의를 적극 추진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확대해야 한다”며 “개혁을 통해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해 각계의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인류의 공동 과제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개방성과 상생협력을 고수해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세계화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개방적 협력의 국제 환경 없이는 어느 나라도 번영할 수 없으며, 어느 나라도 자발적 고립으로 후퇴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우리는 개방적 세계 경제 구축에 전념해 기회를 공유하고 개방 속에서 상생의 성과를 이뤄야 한다”며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 체제를 고수하고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미국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우리는 보편적 이익과 포용성을 지향하는 경제 세계화를 추진하고, 발전을 국제 의제의 핵심으로 삼으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동등한 지위에서 국제 협력에 참여하고 발전의 결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연대와 협력을 고수해 공동 발전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며 브릭스 국가들의 결속을 다짐했다. 시 주석은 ‘좋은 철은 좋은 대장장이가 만든다’는 중국 속담을 거론하며 “먼저 우리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해야만 외부 도전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릭스 국가들은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 세계 경제 생산량의 약 30%, 세계 무역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또한 주요 천연자원, 대형 제조업체, 광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가 더 긴밀히 협력할수록 외부 위험과 도전에 대처하는 데 더 탄력적이고, 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브릭스의 중심 국가로 중국이 역할을 하겠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시 주석은 “중국은 브릭스 동료국들과 함께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를 이행하고 고품질 일대일로 협력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각국의 강점을 살려 실질적 협력을 심화하고, 비즈니스·금융·과학기술 협력을 더욱 생산적으로 만들어 브릭스 협력의 기반과 동력, 영향력을 강화하며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실질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따.
그는 브릭스 국가들을 향해 “강풍이 풀의 강인함을 시험하고 맹렬한 불이 참된 금을 드러내듯, 우리가 책임을 다하고 서로를 돌본다면 브릭스라는 거대한 배는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를 헤쳐 나가며 멀리 안정적으로 항해할 것”이라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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