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대표와 첫 오찬 회동을 가졌다. 극심한 대립과 갈등 속에 악수조차 나누지 않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여야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며 “야당 대표뿐만 아니라 야당 정치권의 얘기, 야당을 통해 들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도 한결 누그러진 태도로 정치 복원과 협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여당에 강하게 날을 세우던 장 대표는 “야당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민생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협조할 부분은 적극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패싱 논란을 일으켰던 정 대표는 “대통령이 오늘은 하모니메이커(harmony maker)가 된 것 같다”며 “향후 건설적인 여야 대화가 복원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여야정이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협의체 구성을 장 대표가 제안하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적극 화답했다는 점도 신선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비록 여야가 이날 대화의 문을 열었지만 앞으로 협치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실제 이날 정 대표는 “내란·외환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장 대표 역시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려면 특검 연장 법안이나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생과 협치의 길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여야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되고 여당에는 국정 성공이 된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을 발판으로 막말과 고성만 오가던 상극의 정치를 상생의 정치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특히 정 대표는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는 이 대통령의 권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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