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S오픈 테니스 결승전을 관람하러 갔다가 관중들의 거센 야유를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최 측은 급기야 방송사에 “대통령 관련 관중 반응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진땀을 뺐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승전은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시네르(이탈리아)와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의 맞대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으로 비밀경호국(SS)과 연방 보안 요원들이 강화된 보안 검색을 실시하면서 관중 입장이 대폭 지연됐다. 당초 오후 2시 시작 예정이던 경기는 30분 밀린 데 이어 다시 15분 더 늦어져 오후 2시 48분에서야 시작됐다. 수천명의 관중은 경기 시작 이후에도 줄을 서야 했고, 일부는 1시간 반 이상 기다리고도 입장하지 못했다.
분노한 관중들은 경기장 밖에서 야유를 퍼부었고, 간신히 입장한 이들 역시 전광판에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비치자 야유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부 관객은 환호를 보내기도 했으나, 현장의 분위기는 압도적으로 싸늘했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인 케빈은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도 입구에 들어서지도 못했다”며 “이건 전형적인 그 사람(트럼프) 스타일이다. 이런 행사에서는 본인 때문에 지연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 만큼의 품위는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객도 “엄청난 돈을 주고 티켓을 샀는데 이런 일을 겪다니, 극도로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관람객은 티켓 값으로 많게는 2만달러(약 2700만원)를 지불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방송사에 경기장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든 반응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 A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중에게 인사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관중석에서 나온 소리는 묵음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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