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반기업·반시장적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에 맞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경제 입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회 의석수의 한계로 민주당발(發) 입법 독주를 저지할 수 없더라도 ‘정책 정당’으로서 정부·여당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재선의 김은혜·박수영 의원이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경제 관련 법률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원내정책수석부대표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각각 맡아 당내 ‘정책 컨트롤타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 의원은 전날 공익재단 활성화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업들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면 면세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빌게이츠재단’ 탄생을 위해 관련 규제를 풀어 기업들의 공익법인 지원을 유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부당 세습, 계열사 우회 지배 등에 대한 우려로 입법이 번번이 좌초됐다. 이에 개정안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공익 목적에 부합한다면 50%까지, 공정거래법상 임원 선임·해임, 정관 변경, 인수합병(M&A) 관련 의결권만 남겨 둘 경우 15%까지 주식 출연 시 면세하도록 했다.
앞서 박 의원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에 맞서 100억 원으로 기준액을 되레 높이는 동학개미 보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개인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김 의원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에 대한 현장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공정노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업장 내 모든 시설에 대한 불법 점거를 전면 금지하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 근로를 허용해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게 골자다. 미국 관세정책 후폭풍을 보완하기 위한 ‘한국형 IRA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마련했다. 반도체·2차전지·미래자동차·바이오·청정수소 등 국가전략기술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 생산 비용의 10%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내에서는 소수 야당으로서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대여 투쟁에만 몰두하기보다 민심을 사로잡을 ‘정책 경쟁’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지도부에서도 정부·여당발 입법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여론을 환기시킬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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