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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단체 “보완수사권은 마지막 희망… 폐지 땐 고립 위험”

■범죄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

한국피해자학회와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가 12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범죄 피해자가 바라는 검찰 개혁 세미나’를 개최했다. 성채윤 기자




“불송치 결정 이후 검사가 신속하게 재수사를 요청하고 피의자의 출국을 막지 않았다면 가해자들이 해외로 도피하거나 보복에 나섰을지도 모릅니다. 검찰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피해자는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종시 집단 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연수(가명) 씨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한국피해자학회와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공동 주최 ‘범죄 피해자가 바라는 검찰 개혁 세미나’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검찰청 및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과 관련해 범죄 피해자 지원 단체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정 씨는 주범이 보호관찰 기간 중 해외로 도피해 지명수배까지 됐던 전력과 그 후 이어진 협박과 회유 상황을 털어놓았다. 피의자들의 전과가 수십 건에 달했지만 이 사실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야 드러났다. 정 씨는 “경찰은 기본적인 조회조차 하지 않았고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점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며 “교도소에서 출소한 가해자들로 인해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말했다.



또 정 씨는 “사건 현장 구조를 그림으로 설명했지만 경찰은 ‘누구 집이냐’는 질문만 반복했다”며 “납치 피해자에게 납치 장소를 억지로 기억해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경찰은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겼지만 검찰은 유사 아파트 구조와 피의자 거주지를 대조해 사건 장소를 특정했다”며 “수사를 피해자가 직접 해야 한다면 수사기관은 왜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단체 리셋(ReSET) 정책법률연구팀의 유영 활동가는 “디지털 성범죄는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이 극도로 짧고 불법 촬영물이나 딥페이크 영상은 한 번 유포되면 순식간에 복제돼 추적·삭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매주 수백 건의 불법 성착취물을 채증해 9개월간 꾸준히 신고했지만 단 한 차례도 수사 진행 상황을 전달받지 못했다. 경찰은 업무 부담을 이유로 피해자를 돌려보내거나 불송치 처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신속한 압수수색과 구속 수사가 필수이며 초동 단계에서 검경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보완수사권은 피해자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성범죄 피해자이자 익명으로 성범죄 피해 연대 활동을 이어온 ‘연대자D(활동명)’ 역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는 부실해졌고 검경은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형사소송 절차에서 소외를 겪었고 결국 수사와 공판 단계에서의 입증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고 했다. 안지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도 “수사 지연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하고 일상 회복을 막는다”며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명백한 개악(改惡)이며 국민을 위한 개혁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사 지연을 방지하려면 경찰의 처우와 수사 환경을 개선하고 전건 송치를 재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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