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다쳐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뒤, 상태가 호전됐는데도 수십 년 동안 걷지 못하는 척하며 거액의 보험급여를 챙긴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진환)는 1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70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형량을 낮추면서도 도주 가능성을 이유로 구속을 결정했다.
또한 지인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빌려 A씨가 간병비를 속여 타내도록 협조한 공범 B씨에게는 원심의 징역 1년 8개월을 깎아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1997년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양하지 마비 진단을 받고 중증요양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말부터 상태가 호전돼 지팡이를 짚으면 스스로 걸을 수 있었음에도 이후에도 휠체어를 이용하며 마비 증세를 꾸준히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방법으로 1999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근로복지공단에서 보험급여 18억 4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12억 원 넘게 더 받아낸 셈이다.
A씨와 B씨는 또 다른 방식의 범행도 이어갔다. B씨가 다른 사람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져오면 A씨는 자신이 간병을 받는 것처럼 꾸며 근로복지공단에 허위로 간병비를 청구해 돈을 챙겼다.
1심 법원은 "A씨가 산업재해로 장해를 입고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생계 유지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은 참작된다"면서도 "범행이 장기간 이어졌고 피해액이 18억 원에 달해 사회적 해악이 큰 만큼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도주 우려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정당한 급여보다 12억 원을 더 받아냈고 요양보호사 제도를 악용해 공적 보험을 기만한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실제 산업재해로 장애가 있었고 항소심 과정에서 1억여 원을 추가로 반환했더라도 중대한 범죄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도주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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