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유명한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의 제조사가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자폐증 발병 원인으로 타이레놀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로비를 벌였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의 임시 최고경영자(CEO)인 커크 페리는 최근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타이레놀과 자폐증 사이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없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페리 CEO는 기존의 연구 결과 임신부의 열을 내리는 데 있어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약물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로버트 케네디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의 자폐증과 잠재적으로 연관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켄뷰의 주가는 장중 9% 하락했고, 회사 경영진은 정부 보고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켄뷰는 성명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연락하는 모든 규제기관에 하는 것처럼, 제품 안전성과 관련해 장관 및 그의 직원들과 과학적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의 입장은 같다. 우리는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계속해서 믿고 있으며, 전 세계 보건 규제기관, 독립적인 공중보건 기관, 의료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의학계 일부에서는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해 태아가 자궁에서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되면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유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 발병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케네디 장관은 자폐증 원인을 규명한 보고서를 9월까지 발표하겠다고 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보건복지부 보고서가 발표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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