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최근 카타르 도하에 머무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 지도부를 겨냥한 공습을 감행한 데 이어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자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사태 수습을 위해 이스라엘을 찾았지만 카타르는 “이스라엘이 저지른 모든 범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아랍권 차원의 대응을 시사했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으로 중동 지역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은 사태 수습을 위한 외교 행보에 나섰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루비오 장관은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서쪽 벽을 찾았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로 꼽히는 이곳 방문은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를 상징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국무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로 인정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양국 동맹은 우리가 만진 통곡의 벽처럼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공습으로 흔들린 동맹 관계를 다지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루비오 장관은 미국을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카타르 공습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이스라엘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카타르 공습에 불만족하지만, 이 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영향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태 수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라엘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카타르는 매우 훌륭한 동맹국"이라며 "이스라엘을 비롯한 모든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사람을 공격할 땐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카타르는 15일 도하에서 아랍연맹(AL)과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참여하는 아랍·이슬람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에 관한 결의안 초안'을 논의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선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가 역내 관계 정상화 노력을 저해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된다. 정상회의에 앞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국제사회가 이중잣대를 중단하고 이스라엘이 저지른 모든 범죄에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팔레스타인 형제들이 겪고 있는 말살 전쟁은 그들을 땅에서 몰아내려는 시도이며, 이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랍군 창설 주장도 나왔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아랍국가들을 보호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형태의 아랍통합군을 창설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제 사회의 지탄이 쏟아지는 데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에서 최소 30채의 주거 건물을 파괴해 수천 명 주민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 전역을 폭격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공습에 현지 당국은 최소 4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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