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방지를 이유로 전세보증 요건을 공시가격의 126%로 강화했다. 하지만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청년·신혼부부 주거 안정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행 전세보증은 보증금이 주택가격의 90% 이내일 때 가입할 수 있다. HUG와 HF 규정상 빌라의 주택가격은 통상 공시가격의 140%로 인정돼 사실상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 기준을 공시가격의 98%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기존 계약 상당수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신규 계약뿐 아니라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126%로 낮춘 충격만으로도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국내 전체 주택의 절반 가까이는 다가구·다세대·연립·단독,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다. 아파트는 대규모 단지와 높은 유동성 덕분에 거래가 활발하지만 비아파트는 환금성이 낮아 전세·월세 수익에 기반한 장기 운영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장기적으로 비아파트 임대 공급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아파트 중심의 공급만으로는 다양한 계층의 주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도심 소형 주택 공급이 줄고 청년·신혼부부가 의존하는 전세·월세 시장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HUG·HF의 보증 심사를 강화한 이유는 전세사기 방지다. 하지만 전세보증 가입 거절 사례가 늘면서 대출 심사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정상적으로 임대사업을 운영하던 사업자들조차 보증 가입이 거절돼 세입자와의 신규 계약을 못 맺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입자는 불안을 호소하고, 임대인은 빈집을 떠안는 악순환에 직면한 것이다.
정부와 HUG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비아파트는 청년·신혼부부·1인 가구 등 실수요층 주거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인 만큼 더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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