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포렌식을 하는 과정에서 별건 혐의가 발견돼 수사가 확대되고 기소로 이어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군기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지난달 14일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공군 중령인 법무관 A씨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송무팀장과 군 의문사조사 TF 법무심사팀 업무총괄을 맡고 있었다. 그는 2018년 전역을 앞두고 민간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군사기밀과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문건을 작성해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6월부터 7월 사이 ‘국방분야 B계획서’를,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공군 관급 공사 내용이 담긴 ‘국방분야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검사 4명과 대형 로펌 변호사 3명에게 총 7차례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군 의문사조사 TF 소속 부하 직원에게 전역 예정 군법무관들에게 선물로 줄 잉크를 사오도록 지시하고 12만 원 상당의 비용을 부서 예산 카드로 결제하게 해 직권남용 혐의도 함께 받았다.
A씨의 혐의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2018년 8월 특별수사단은 참고인 신분이던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 분석을 진행하면서 모든 정보를 통째로 복제한 뒤 엑셀 파일로 추출했다. 이 과정에서 계엄령 사건과 무관한 별건 혐의가 확인됐고, 군 검찰은 새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확대한 뒤 A씨를 기소했다.
쟁점은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반출된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저장된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로 복제하는 행위가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인지 여부였다. 1심은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이 사건 복제본에서 엑셀파일을 출력한 것은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선별하기 위한 사전 준비절차로 볼 수 있다”며 “영장집행 과정에서 영장기재 혐의사실과 관계없는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탐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복제본으로부터 엑셀파일을 생성하고 이를 활용해 전자정보를 획득한 일련의 절차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라고 봤다.
대법원은 “휴대전화에는 사생활에 관한 방대한 정보가 집적돼 있어 무제한적 압수·수색이 이뤄질 경우 기본권 침해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며 “A씨는 최초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피의자도 아니었고, 이러한 경우 포렌식 수사관은 탐색·추출 대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전자정보가 이후 발부된 제2영장에 의해 압수됐다고 해도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며 “이에 근거해 수집된 2차적 증거들도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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