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한다는 소식에 일주일 전부터 비행기 지연될까 발을 동동 굴렀어요. 그래도 제 비행기는 제시간에 뜬다니 한시름 놓았습니다.”
20일 오전 9시께 뉴욕행 항공편에 오르는 박(55) 씨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의 가족여행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조의 ‘9·19 총파업’ 소식에 불안했지만, 그녀의 걱정과 달리 현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출국 수속은 평소처럼 진행됐고, 위생 관리 등도 정상적으로 유지됐다. 이번 파업은 인천·김포·제주 등 전국 15개 공항 노동자들이 동시에 나선 첫 사례다.
노조가 내세운 핵심 요구는 ‘4조2교대제’다. 올해 3월 인천공항에서 20대 청년 노동자가, 7월 제주공항에서 환경미화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현행 3조2교대 체제로는 안전사고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정안석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은 “잇따른 죽음은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며 “안전한 일터를 위해 교대제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항 측은 공백이 생긴 자리에 외부 인력 160여 명을 긴급 투입해 수속 창구와 보안검색대, 안내데스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제2터미널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은 “오늘도 대부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위탁사업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려 여객 불편 최소화에 나섰다. 한국공항공사도 전국 14개 공항을 대상으로 합동 점검과 상황관리반 운영에 돌입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차질 없는 운영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여객은 안심하고 이용해 달라”고 밝혔다.
다만 불씨는 남아 있다.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추석 연휴로 하루 평균 2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객 불편 우려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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