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쓰러졌다 깨어난 뒤 자신이 실제 나이보다 26년이나 젊다고 믿게 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설정이지만, 이번에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미러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플리머스에 사는 글렌 릴리(71)는 4년 전 갑자기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몇 시간 뒤 정신을 차린 그는 자신이 67세가 아닌 41세라고 확신했고 이미 성인이 된 아들들 역시 여전히 10대 소년이라고 믿었다. 현실과 기억이 26년이나 어긋난 것이다.
놀란 가족들은 그를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고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이 밝혀졌다. 릴리의 뇌 안에는 자몽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종양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의료진은 종양이 뇌의 특정 부위를 압박하면서 현실 인식에 심각한 왜곡을 불러온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진은 “즉시 수술을 받지 않으면 6개월 안에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릴리는 “2017년부터 귀울림과 어지럼증이 반복돼 이비인후과를 찾았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단만 받았다”며 “그때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 탓에 종양이 계속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1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지만, 일부 청력을 잃었고 시력 저하와 만성 두통 같은 후유증이 남았다. 그러나 릴리는 오히려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재발 가능성이 여전히 있지만 예상보다 오래 생존해 벌써 4년째를 맞고 있다”며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뇌종양은 뇌 조직이나 뇌를 둘러싼 막에서 발생하는 종양과 다른 장기에서 전이돼 생기는 경우로 나뉜다. 양성 종양은 성장 속도가 비교적 느리고 경계가 뚜렷해 수술만으로 완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악성 종양은 주변 정상 조직을 빠르게 파괴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릴리의 경우 크기는 컸지만 다행히 수술이 가능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작은 증상이라도 반복된다면 반드시 원인을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뇌종양의 조기 발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한 이명이나 어지럼증으로 보이더라도 심각한 뇌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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