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선로 건널목에서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닛케이 신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로 건널목은 도로와 철도가 지상에서 교차하는 지점을 뜻한다. 일본은 지하나 고가 대신 평지에 철로를 까는 방식을 널리 채택해 건널목이 유난히 많다. 2014년 말 기준 주요 도시의 건널목 수는 서울 16곳, 뉴욕 48곳, 파리 7곳에 불과했으나, 도쿄 23구에는 무려 620곳이 있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23년 말 일본 전역 건널목 수는 3만 2000개에 달했다.
닛케이는 방일 외국인 증가에 따라 건널목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이 늘어난 점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일부 건널목은 ‘인증샷 명소’로 알려져 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효고현 고베시 다루미구에서는 중국 국적 여성 2명이 차단기 안쪽에 들어섰다가 전철에 치여 숨졌다. 이 일대는 아카시해협 대교 조망 카페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로 유명해 관광객이 자주 찾는 장소다.
지난 8월에는 대만인 여성이 사가현 아리타초 건널목에서 숨졌고, 같은 달에는 홍콩인 어린이가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성지로 알려진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에노시마 건널목에서 전동차와 접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에노시마 건널목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대표적인 ‘오버투어리즘’ 사례로 꼽힌다. 철로와 바다가 맞닿은 풍경 덕분에 애니메이션 배경지로 유명해졌지만, 무리하게 촬영을 시도하다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안전 확보를 위해 여러 언어로 출입금지를 알리는 포스터를 건널목과 역에 게시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철도 사업자를 상대로 다국어 계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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