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부동산 신탁을 이용해 탈세한 자산가에게 재산세를 부과한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몇 년 새 유행한 이른바 ‘신탁 꼼수’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확실한 판례를 남긴 셈이다.
25일 서초구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다주택자·법인의 형식적인 부동산 신탁을 이용한 재산세 납세의무자 변경 소송에서 서초구가 승소했다.
이 사건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액 자산가 A 씨는 당시 가족이 운영하는 유한회사를 설립해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친인척에게 ‘위탁자(재산을 맡기는 사람)’ 지위를 이전했다. 서초구는 A 씨의 행위를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판단하고, A 씨를 사실상 소유자로 간주해 그에게 재산세를 부과했다. A 씨는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고, 3년 간의 다툼 끝에 대법원은 서초구의 손을 들어줬다.
A 씨와 같은 ‘위탁자 지위의 형식적 이전’ 행위는 2020년경부터 고액자산가 사이에 빈번하게 일어났다. 구체적으로는 가족이나 자녀가 운영하는 법인을 만들어 부동산을 신탁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이를 다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게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는 수준까지 부동산을 쪼개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는 식이다. 실제로 당시 변호사로부터 “부동산 신탁 회사를 만들어 ‘형식적인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면 세금 절세가 가능하다”는 컨설팅을 받은 고액자산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지방세법상 위탁자가 최종 납세자가 되지만, 각각의 부동산은 종부세 부과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 받지 않게 된다. 이러한 수법은 증여세나 양도세보다 신탁등기 비용이 저렴하고, 위탁자 지위 이전도 소액으로 가능하다. 또 실제 소유자가 언제든지 신탁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판결은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유사 소송에 선례가 될 전망이다. 국세청도 최근 이러한 방식으로 종부세를 탈루한 1015명을 적발했다. 탈루한 세금 규모는 7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해당 사건은 파급 효과가 큰 판결인 만큼 해당 사례를 전국에 전파하고, 조세정의 실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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