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불러 모아 핵무력 고도화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강한 억제력, 즉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힘에 의한 평화 유지와 안전 보장은 절대 불변의 입장”이라고 강조하며 최근 한미 양국이 비핵화 목표를 고수한 데 대한 맞대응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 위원장이 전날 핵무기연구소 등 핵 관련 기관 인력들을 불러 ‘핵물질 생산 및 무기 제조’와 관련한 중요 협의회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한 “국가 핵 대응태세의 지속적 진화”를 재차 확인한 발언으로 북한이 비핵화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핵물질 생산 부문의 능력 확장 계획 추진 상황 보고를 받은 뒤 “당이 제시한 중대 전략과제를 충실히 관철한 결과 핵능력 고도화의 핵심 고리들이 풀렸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구체적 과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때 언급한 신형 원심분리기 도입 및 확충 사업이 다시 거론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원심분리기는 무기급 우라늄 생산에 필수적인 장치다.
또 김 위원장은 “자위적 핵방패와 검을 부단히 벼리고 갱신해야 한다”며 연구·생산 인력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내년 사업계획까지 직접 점검하면서 “핵기술 잠재력은 인민의 투쟁과 국가 미래를 보장하는 담보”라고 강조, 당과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회의에는 핵개발 총책으로 불리는 홍승무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동석했다. 다만 현장 시찰이 아닌 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서 회의 형식으로 진행된 점은 기술적 점검보다 대외 메시지 발신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 집념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미국과 마주 설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은 유엔총회 연설과 외교 채널 등을 통해 “북한 비핵화는 여전히 목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북한이 다시 ‘핵포기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맞불을 놓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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