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치솟으면서 3040세대를 중심으로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잔액은 9660만 원에 달했다. 8분기 연속 증가세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세대별로 보면 40대가 1억 21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 상반기에도 부동산 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이른바 ‘영끌’로 주택을 매입한 3040세대가 빚의 수렁에 깊이 빠진 형국이다.
새 정부 들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묶은 ‘6·27 대책’, 공공 주도 공급을 내세운 ‘9·7 대책’ 등의 카드가 연이어 나왔지만 집값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8개월째 상승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에도 0.19% 뛰어 오름폭을 더 키웠고, KB 부동산 시세로는 한강 이남 11개 구의 평균 아파트 값이 18억 원을 돌파했다.
규제가 실수요자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내 집 마련을 미처 하지 못한 사람들의 ‘포모(FOMO·소외 공포)’만 되레 부추기고 있다. 공급 대책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관망하던 수요자들까지 매수세로 돌아서며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정부의 정책 실패가 집값 불안을 오히려 키운 셈이다. 집값 급등과 가계 대출 급증 등 경제적 압박이 3040세대의 삶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뼈아픈 실상은 2024년 우리나라 40대에서 자살(26.0%)이 암(24.5%)을 앞질러 사망 원인 1위에 올랐다는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에서도 부분적으로 드러났다. 이 통계에서 30대와 40대의 전년 대비 자살 증가율은 각각 14.9%, 14.7%로 1·2위를 차지했다.
한 가정의 기둥이자 한국 경제의 허리인 3040세대의 빚과 자살률이 동시에 치솟는 현상은 통계 수치를 넘어 사회의 구조적 위험을 알리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하면 가계 파탄과 금융 불안 증폭으로 이어져 사회 전반의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 상환 구조 개선, 취약 차주 지원 강화 등 정부의 구조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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