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이 주말마다 ‘돗자리 성지’로 변하고 있다. 편의점 라면을 끓이고 치킨을 배달시켜 먹는 풍경이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유행하면서 주말이면 시간당 22만 명이 몰리는 서울 대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 체류자는 주말 오후 3∼4시 기준 평균 22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강릉시 전체 인구(20만 7000명)가 한꺼번에 모인 것과 맞먹는 규모다.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기준으로도 시간당 평균 20만 명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삭막한 회색 강줄기였던 한강은 이제 수달과 맹꽁이가 나타나는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로 복원됐다. 접근성 개선으로 시민 모두가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도심 속 자연’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정책에서 비롯됐다. 오세훈 시장이 2006년 첫 임기 당시 내놓은 이 사업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흙과 자갈, 수풀을 심는 방식으로 암사·난지·여의도 샛강 등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반포대교에는 음악과 함께 물을 분사하는 ‘달빛무지개분수’가 설치돼 서울 야경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2023년에는 ‘그레이트 한강’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홍제천 폭포 수변 카페, 뚝섬 국제정원박람회, 자연형 물놀이장 등 한강 곳곳에 새로운 명소가 생겨났다. 지난 18일에는 여의도를 출발하는 ‘한강버스’가 정식 운행을 시작해 사흘 만에 1만여 명이 탑승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서울시는 이 한강버스를 앞으로 출퇴근 교통수단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물론 ‘보여주기식 토목 사업’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한강 생태계의 자연성이 회복되면서 의미는 커지고 있다. 한강 생물종은 2007년 1608종에서 2022년 2062종으로 늘었고, 한강공원 나무는 같은 기간 85만 그루에서 365만 그루로 증가했다. 자전거 도로는 78km까지 뻗어 연간 15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강변도로 지하화 사업을 추진해 한강의 생태 회복과 시민 접근성을 동시에 강화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일상의 공간이자 여가의 중심으로서 한강의 미래 비전을 실현하고, 환경·생태계 회복도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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