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별위원회 활동이 끝난 후에도 증인·감정인의 위증을 고발할 수 있는 내용의 국회 증언·감정법이 2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본회의 상정에 앞서 고발 주체를 국회의장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변경했다가 ‘국회의장 위에 법사위원장’ 논란이 일자 다시 국회의장으로 원상 복구하는 촌극을 벌였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민의힘 불참 속에 단독 처리했다. 이로써 국정조사 등에서 증인이 위증을 했는데도 소관 위원회 활동 기한이 종료돼 고발할 주체가 불분명할 경우 국회의장 명의로 고발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전날 본회의 상정 직전 고발 주체를 국회의장에서 법사위원장으로 변경한 수정안을 기습적으로 제출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의 수적 우위에 있는 가운데 법사위원장마저 같은 당 추미애 의원이 맡고 있어 위증 고발권을 사실상 독차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국회의장실에서도 법사위원장이 고발권을 갖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입법을 애들 장난처럼 진행한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수당만 위증죄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소수당은 위증죄로 고발할 권한마저 봉쇄했다”며 “완전히 일당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 학급회의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송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점하면서부터 국회 내에 합의 정신은 완전히 사라지고 다수결만 중요하지, 소수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아예 무시하는 것이 새로운 뉴노멀이 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만약에 법리로 이것이 허용되면 일시적인 정치적 다수가 언제든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다수 독재의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달 25일부터 4박 5일간 이어진 여야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은 이날 국회 증언·감정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단위로 강제 종결시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법을 차례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60여 개의 비쟁점 법안 처리까지 지연되면서 국회가 극한 정쟁으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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