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모델로 한 범정부 심사 협의체 신설을 추진한다. 외국 자본의 일본 기업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해 핵심 기술과 정보 유출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재무성과 경제산업성, 국가안전보장국 등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 안건을 심사하는 협의체 창설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집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지난달 연립합의서에 '2026년 정기국회에서 일본판 CFIUS 창설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일본판 CFIUS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해 자민당 총재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투자 안건을 소관하는 부처 중 경제안보나 국방에 대한 영향에 강한 문제의식을 지닌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며 부처간 온도차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도 정부 부처 간 협의체가 존재하지만, 정보 교환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다. 새 협의체는 국가안보국 등이 개별 심사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환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세부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사전 심사 강화 방안으로는 일본 기업 주식을 보유한 외국 기업을 다른 외국 기업이 자회사로 만들어 간접 보유하는 경우도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의 현행 제도는 국가 안보 관련 중요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에 외국 투자자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할 경우 사전 심사를 실시한다. 외국인 임원 선임이나 사업 승계 시에도 심사가 필요하며, 심사 결과 투자 중단이나 변경을 권고·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외국 투자자의 주식 취득 중단을 권고한 사례는 단 1건에 그친다.
미국의 경우 CFIUS 권고로 대통령이 기업 인수를 금지한 사례는 총 9건이며, 올 1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금지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 관련 기업이 관련됐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외국 자본의 일본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핵심 기술이 국가 경제 안보에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2024 회계연도 사전 심사 신고 건수가 2903건으로 2018년 대비 5배 증가했다. 2019년 심사 대상 업종을 확대하면서 신고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신고 안건의 절반 이상은 같은 해 새로 심사 대상이 된 정보통신기술 관련 업종이었다.
닛케이는 "사전 심사 담당 인력은 70명 수준으로 미국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경제 안보 확보와 대일 투자 촉진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신속하고 효과적인 심사 체제의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대일 직접투자 잔액을 2024년 말 기준 53조엔에서 2030년 120조엔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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