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구형한 것은 공천 개입 여론조사 수수, 통일교 금품 수수 사건을 각각의 범죄로 보지 않고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권력을 행사한 하나의 범행 구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치적 공동체 관계로 공모했다는 점도 중형 구형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한 개별 범죄를 넘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과 헌법 질서를 동시에 훼손한 사안”이라며 “종교 단체와의 결탁으로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무너뜨리고 여론조사 무상 수수와 공천 개입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대의민주주의의 근간까지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서 “김 여사의 자금과 계좌 제공 없이는 2차 주가조작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웠다”며 시장가격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 ‘적극 가담자’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김 여사가 1차 ‘작전’ 당시 주포 측에 16억 원이 든 증권 계좌를 맡기고 손실 보전금 4700만 원을 받았고 이후 주식 처분 국면에서도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20억 원 상당의 계좌를 위탁하며 수익의 40%를 배분하기로 합의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또 김 여사 명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핵심 거래 계좌로 활용돼 가장 많은 물량이 매집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손실 보전금 4700만 원 역시 공모 고의를 입증하는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특검은 이정필 씨의 법정 증언과 이준수 씨가 ‘수익 10% 보장’을 언급한 문자, 공범들이 반복적으로 손실을 보전해준 정황 등을 종합할 때 김 여사가 원금·수익 보장을 전제로 범행에 가담한 구조가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부당이득 산정과 관련해서도 “가장 보수적인 방식만 적용했다”고 밝혔다. 공범 계좌는 합산하지 않고 미실현 이익도 제외한 채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실현된 이익만을 기준으로 산정했음에도 부당이득이 약 8억 1000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특검은 “해당 기간 공시나 언론 보도 등 주가를 독립적으로 끌어올릴 외부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시세조종과 부당이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다”고 못 박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특검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 공동체’ 관계에서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단순한 배우자 동반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 승리를 목표로 한 정치 활동의 실질적 일원으로 기능했다는 인식이다. 김 여사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태균 씨로부터 대선 관련 여론조사 58회, 총 2억 7000만 원 상당을 무상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은 여론조사 결과 전송 시점과 공천 전후의 통화 녹취, 메시지,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 여론조사 제공과 김영선 전 의원 전략공천 사이에 대가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특검은 김 여사가 여론조사 공표 매체 연결을 요청하고 공표 중단 상황에 대응 방안을 논의한 정황을 들어 단순한 정보 수령자가 아닌 선거 전략에 개입한 정치 주체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무상 제공된 여론조사는 선거 결과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전적 가치가 있는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통일교 사건과 관련해 특검은 김 여사가 대통령 영부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거대 종교 단체의 정책 및 이권 청탁을 정부 의사 결정 구조와 직접 연결한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통일교 측의 영향력 확장 목적을 인식한 상태에서 전성배 씨를 창구로 삼아 비공식 접촉을 이어가며 샤넬백·목걸이 등 8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고 그 대가로 정부 부처 인사·행사·정책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을 중형 구형의 핵심 사유로 제시했다.
특히 금품 수수 시점과 통일교 측이 장관 축사, 정부 행사 후원, 대규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을 요청한 흐름이 맞물린다는 점을 들어 이 사건을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국정운영에 종교 권력이 비공식적으로 개입한 구조적 범죄로 규정했다. 문자와 통화 녹취, 실물 가방·목걸이 확보 경위 등을 종합할 때 김 여사가 청탁의 성격과 대가성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영부인 지위를 활용해 정부 부처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이번 사건을 대통령 배우자라는 지위를 매개로 자본시장 질서와 선거 공정성, 정책 결정 구조까지 동시에 훼손한 구조적 범죄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세 사건 전반에 걸쳐 나타난 권력 남용의 반복성, 범행 이후 은폐 시도, 진술 번복 행태를 주요 불리한 양형 요소로 제시했다. 김 여사가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7초 매매’, 계좌 위탁, 이익 분배 구조, 손실 보전금 수수 여부 등 핵심 쟁점마다 진술을 번복해왔고 시세조종 공범들과 사후 접촉한 정황도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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