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 생태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전 세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미국이 229개의 신규 유니콘을 배출한 사이 한국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은 단 2개에 그쳤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총 1276개인 글로벌 유니콘 중 한국 기업은 13개로 세계 11위로 밀렸다. 무려 717개의 유니콘을 거느린 미국(1위)이나 151개를 보유한 중국(2위)은 물론 심지어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이스라엘·싱가포르보다도 순위가 낮다. 기업 성장 속도도 더디다. 한국에서 창업 후 유니콘이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8.99년으로 중국·독일·미국 등보다 2년 이상 오래 걸린다.
창의성과 기술력을 무기로 새 시장을 개척하는 유니콘 기업은 경제의 역동성과 미래 성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유니콘 육성이 부진하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혁신 성장 경로가 막혔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원인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신사업 진입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 시스템,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을 짓누르는 ‘성장 페널티’, 경색된 자금 흐름 등이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고질적 문제다. 그러니 해법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규제를 걷어내고, 성장하는 기업에 벌칙 대신 인센티브를 주고, 스타트업에 원활한 자금 조달의 길을 터주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창의적 기업 활동을 위한 ‘네거티브’ 중심 규제 전환과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실천이다.
우리 경제가 미래 성장 동력을 이어가려면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결되고 독창적 기술력이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되는 혁신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조성해야 한다. 산업·기술 환경이 급변하는데 소수의 대기업에만 의존해서는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지속적인 성장 궤도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혁신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정부·여당도 과감한 규제 시스템 개혁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및 금산분리 완화 등의 정책을 속도감 있게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꺼져가는 ‘혁신 성장’의 동력이 살아나고 K유니콘이 글로벌 무대에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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