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내년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실험 재개와 그에 따른 무력 대치 가능성을 최고 수준의 안보 위협인 ‘1등급(Tier I)’으로 격상했다. 미국 내부의 정치적 폭력 사태와 러시아-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간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1등급 위협으로 분류되면서, 2026년 국제 안보 지형이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CFR 산하 예방행동센터(CPA)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예방우선순위 보고서(Preventive Priorities Survey)’를 최근 발표했다. 미 정부 전·현직 관리와 외교 전문가 약 620명이 참여한 이 보고서는 내년 미국 국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30개 잠재적 분쟁의 발생 가능성과 파급력을 평가해 위험도를 1~3등급으로 분류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2등급(Tier II)’이었던 한반도 안보 위기는 ‘1등급’ 위협으로 상향 조정됐다. CFR은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재개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것이 주변국 및 미국이 개입하는 군사적 대치로 비화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중간(Moderate)’으로 봤지만, 실제 충돌 발생 시 미국 국익에 미치는 파급력은 ‘높음(High)’으로 평가했다.
미국 본토의 내부 불안도 다시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2024년 1위 위협이었다가 2025년 다소 완화됐던 ‘미국 내 정치 폭력’은 2026년 다시 ‘발생 가능성 높음·파급력 높음’의 1등급 위협으로 재진입했다. 보고서는 정치적 적대감 심화와 국내 치안 병력 배치 확대가 대규모 소요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정책 기조가 반영된 새로운 위협도 1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보고서는 미국이 초국적 범죄 조직 타격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에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감행, 마두로 정권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을 내년도 주목해야 할 신규 1등급 위협으로 지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전역으로 확전될 우려도 한층 커졌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나토 회원국과의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해협 위기가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 강화로 인해 여전히 1등급 위협으로 유지됐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등 주변국 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발생 확률상 2등급(Tier II)으로 분류됐으나, 실제 충돌 시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어 파급력은 ‘높음’으로 평가됐다.
중동에서는 지난 6월 발생한 ‘12일 전쟁’의 여파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대리 세력 재건에 나서며 이스라엘과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1등급 위협으로 꼽혔다. CFR은 “평가 대상 30개 시나리오 중 28개가 내년 발생 가능성이 높거나 중간 수준”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무력 분쟁 위험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국가 또는 비국가 행위자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미국의 핵심 인프라를 마비시키는 대규모 사이버공격 가능성도 1등급 위협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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