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에서 금·은·구리 등 주요 금속 가격이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전례 없는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강경책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감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와 달러 약세,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이 맞물리며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장보다 0.8% 오른 트로이온스당 4505.7달러로 45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한국 시각 24일 오전 10시 21분 기준 온스당 4525.7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70% 넘게 폭등해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은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72.70달러를 찍으며 역대 최고치를 썼고 연초 대비 상승률은 150%에 달했다.
이번 상승세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봉쇄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위험 헤지 수단으로서 금의 매력을 부각시켰다. 거시경제 요인도 기름을 부었다. 연준이 올 들어 세 차례 금리를 내린 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 인하에 나서며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금 등 주요 금속의 매수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산업용 금속인 구리 역시 공급난이 겹치며 사상 처음으로 톤당 1만 2000달러 벽을 뚫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3개월 선물 가격은 23일 장중 1만 2159.50달러까지 치솟았다. 구리는 올해 35% 넘게 오르며 200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디언볼트의 귀금속 딜러인 존 피니는 “현재의 상승세는 단순한 투기적 거품이 아니라 실물수요와 거시경제적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결합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금값 목표치를 온스당 4900달러로 제시하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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