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굴곡진 마디마다 음악이 흐른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팝송일지 모르나,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크레이그 브루어 감독의 신작 ‘송 썽 블루(Song Sung Blue)’는 삶의 벼랑 끝에서 마이크를 잡은 평범한 이들의 눈부신 분투를 그린다. 1972년 발표된 닐 다이아몬드의 히트곡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이 영화는 “슬픔을 노래로 풀어내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소박하지만 위대한 치유의 철학을 담았다. 2008년 공개된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모티프로, 밀워키의 평범한 부부가 닐 다이아몬드 트리뷰트 밴드를 결성하며 겪는 사랑과 비극, 그리고 종국에 마주하는 구원의 서사가 영화의 핵심이다. 트리뷰트 밴드라는 소재는 자칫 우스꽝스러운 ‘키치’로 보일 위험이 있지만, 두 주연 배우의 진정성은 이를 예술적 승화로 이끈다.
휴 잭맨은 베트남전의 상흔과 알코올 중독을 딛고 일어선 자동차 정비공 ‘마이크(라이트닝)’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의 닐 다이아몬드 ‘인터프리터’ 퍼포먼스는 단순한 흉내를 넘어 원곡의 에센스를 재현한다. 특히 ‘스윗 캐롤라인’ 같은 명곡에서 터져 나오는 그의 보컬은 극장 전체를 진동시키며 관객들을 영화 속 공연장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 영화를 진정으로 빛나게 하는 주인공은 단연 케이트 허드슨이다. 클레어(썬더) 역으로 그녀는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 이후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삶의 온갖 고난을 긍정의 에너지로 돌파하던 그녀가 두 번째 교통사고를 당한 후 내뱉는 “그들이 나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어”라는 대사는 관객의 가슴에 깊은 대못을 박는다. 하지만 인생의 덧없음 속에서도 매 순간을 소중히 붙잡으려는 처절한 의지를 담아낸다. 허드슨은 이 역할을 통해 제83회 골든 글로브 후보에 오르며 진정성 있는 배우이자 ‘뮤지션’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두 주연 배우의 완벽한 호흡은 철저히 ‘음악적 공감대’에서 탄생했다. 대본 낭독 이후 케이트 허드슨은 휴 잭맨에게 “우리 둘의 호흡이 영화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의 유대감은 녹음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홀리 홀리’를 부르던 순간 완성되었다. 아티스트로서 자신들의 취약함을 온전히 드러내며 연결된 것이다.
영화에서 케이트의 역할은 주로 하모니를 담당하는 것이었다. 닐 다이아몬드의 원곡 중 일부는 하모니가 있었지만, 많은 곡들에 새로운 하모니를 추가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크레이그 브루어 감독은 케이트 허드슨의 천재적인 음악적 감각에 감탄했다. 그녀는 원곡에 없던 새로운 하모니를 창조해내며 사운드트랙의 층위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
케이트 허드슨이 이 역할에 깊이 공감한 이유 중 하나는 마이크와 클레어가 음악을 통해 나누는 특별한 연결고리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각자 음악과의 개인적인 러브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같은 감정을 가진 누군가를 만났을 때 말 없이도 노래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다. 케이트는 마이크와 클레어가 진정으로 음악을 통해 살아갔다고 표현하며, 이는 자신과 휴 잭맨이 공유하는 감정이라고 밝혔다.
14일 극장 개봉하는 영화 ‘송 썽 블루’를 통해 브루어 감독은 전작처럼 꿈을 쫓는 아웃사이더를 따뜻하게 조명한다. 트리뷰트 밴드라는 소재를 통해 중산층 미국인의 삶을 공감 있게 그려내며, 기쁨과 비극이 공존하는 실화를 과도한 감상 없이 균형 있게 풀어낸다. 마이크와 클레어가 음악을 통해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듯이 관객 역시 극장을 나서며 닐 다이아몬드의 클래식 히트곡들을 나지막이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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