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받은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 인사들에 대해 사건의 본류인 직권남용 혐의는 항소하지 않고 허위 공문서 작성과 명예훼손 등 일부 혐의에 한해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의 범위를 크게 좁힌 데는 지난해 11월 불거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과 함께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병주)는 이날 자정까지로 정해진 항소 기한을 앞두고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적용된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한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월북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로 인해 망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 등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며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항소의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이던 고(故) 이대준 씨가 2020년 9월 2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역을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지고 시신이 훼손된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와 관계부처가 피격 및 시신 소각 사실을 은폐하고 이 씨를 자진 월북한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작성·배포했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실종 보고부터 해경 수사, 수사 결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위법성이나 허위 개입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해 12월 26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 전 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 전 청장, 노은채 전 국가정보원 비서실장 등 5명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25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한 쟁점은 2020년 9월 해경이 이 씨에 대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2·3차 수사 결과가 허위 공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발표가 허위라는 검찰의 전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검찰은 사실심 단계인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다시 다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당시 해경의 발표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을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으며 유족 측이 항소를 강하게 요청해온 점도 고려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검찰은 실종·피격 과정에서의 위법한 지시와 피격 또는 시신 소각 사실 은폐, 자진 월북으로 몰기 위한 조직적 조작 등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돼온 직권남용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노 전 비서실장에게 선고된 1심 무죄판결은 그대로 확정 수순을 밟게 됐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의 본류인 직권남용 판단에는 손을 대지 않은 채 비교적 주변 쟁점으로 평가되는 일부 혐의만을 선별해 다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1심 선고 이후 수사팀은 공공수사1부장과 3차장을 거쳐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항소 검토 내용을 보고했으나 추가 검토 지시가 내려지면서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검찰 지휘부는 항소 기한 마지막 날까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직권남용을 제외한 제한적 항소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잇따라 검찰의 기계적인 기소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정치적 환경 역시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을 전형적인 “정치 보복 수사”로 평가했다.
한편 유족 측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 항소 포기를 압박한 지휘부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항소 포기 압박은 피해 유족에게 또 다른 국가적 폭력이며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유족 이래진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부분항소는 항소포기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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